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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를 노래로 바꾼 상상력, 『황소 엉덩이를 찌른 모기』(이창건, 하늘우물)
38편의 우화를 동시로 재구성한 독특한 시도, 교과서 속 이야기들을 리듬과 운율로 다시 읽게 하다
출판사 제공
우화는 오래된 형식이지만, 『황소 엉덩이를 찌른 모기』는 그 형식을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다시 꺼내 든다. 이창건 시인은 산문으로 익숙했던 우화를 짧은 동시의 리듬 속에 옮겨 담으며, 이야기를 ‘읽는 것’에서 ‘느끼는 것’으로 바꾼다. 이 책에는 사자, 여우, 개미, 황소처럼 익숙한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교훈을 설명하기보다 장면과 운율로 먼저 다가온다.
전체 38편으로 구성된 이 동시집은 다섯 개의 보따리—웃음, 사랑, 재치, 반전, 지혜—로 나뉘어 있다. 구성 자체가 하나의 읽기 흐름을 만든다. 가볍게 웃음을 열어젖히고, 관계와 감정으로 이동한 뒤, 재치와 반전으로 긴장을 만들고, 마지막에 지혜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독서는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점층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
특히 제목이기도 한 ‘황소와 모기’ 이야기는 이 책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존재와 미세한 존재의 대비는 우화의 전형적 장치지만, 동시로 압축되면서 그 대비는 설명보다 이미지로 작동한다. 작은 존재가 거대한 존재를 건드리는 순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모기는 황소를 찔렀을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이 질문의 발생이야말로 이 책이 겨냥하는 지점이다.
이창건은 오랫동안 아동문학 현장에서 활동해 온 시인으로, 교장과 아동문학인협회장을 지낸 이력을 통해 교육적 감각을 축적해 왔다. 그 경험은 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동시는 짧지만, 그 안에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핵심 가치—정직, 배려, 생명 존중—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다만 그것이 노골적인 메시지로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의 결 속에서 은근하게 남는다.
형식적으로도 이 책은 동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산문 우화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동시는 ‘언어의 리듬’을 통해 의미를 압축한다. 짧은 행과 반복, 운율은 아이들이 소리 내어 읽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용은 기억으로 남는다. 읽기와 낭독, 놀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다. 교실에서 함께 읽거나 역할극처럼 나누어 읽기에도 적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삽화를 맡은 신외근 작가의 그림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은 이야기의 긴장을 낮추면서도 장면을 또렷하게 전달한다. 동시가 만들어낸 여백을 그림이 채우고, 그림이 남긴 여백을 다시 시가 이어받는 방식이다. 글과 이미지가 서로를 설명하지 않고 보완하는 균형이 안정적이다.
『황소 엉덩이를 찌른 모기』는 우화를 쉽게 풀어쓴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를 낯선 방식으로 다시 경험하게 만드는 책이다. 교훈을 외우게 하기보다,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질문을 남긴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멈추고, 웃다가 생각하게 만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동시집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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