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출판사 제공
능력주의는 공정한 질서처럼 받아들여졌다.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은 오랫동안 사회를 설명하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다.
『상속계급사회』는 그 전제를 뒤집었다. 저자 일라이자 필비는 오늘의 불평등이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자산과 그 이전 가능성에서 출발한다고 짚었다.
책은 ‘상속주의’라는 개념으로 이 구조를 설명했다. 소득이나 학력보다 가족의 부와 지원이 삶의 경로를 좌우하는 체계였다. 교육, 주거, 결혼, 경력 형성까지 주요 선택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핵심 개념은 ‘엄빠 은행’이었다. 부모가 제공하는 자금과 정보, 실패해도 돌아갈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까지 포함하는 구조였다. 이 지원의 유무가 기회의 폭을 나누는 기준으로 작동했다.
“우리는 상속 경제를 살아가고 있다.”
이 문장은 책의 방향을 압축했다. 개인의 성취로 보였던 결과 뒤에 어떤 조건이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드러냈다.
저자는 이 구조가 세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봤다. 젠더, 결혼, 돌봄 문제까지 연결되며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비슷한 자산을 가진 사람끼리 결합하는 흐름은 계층 이동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책은 상속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다뤘다. 가족 안에서만 다뤄지던 자산과 지원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끌어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되던 성공과 실패를 다른 기준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시선이었다.
부모의 지원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말하지 않았고, 받지 못한 사람은 비교하지 않으려 했다. 그 사이에서 결과는 개인의 능력으로만 해석됐다. 같은 출발선이라는 가정은 유지됐지만, 실제 조건은 달랐다. 기회는 동일하게 주어지지 않았고, 그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졌다. 삶의 중요한 선택들이 개인의 판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이 공정한 기준인지 다시 묻는 문제는 남아 있었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