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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시간 속에서 다시 세워졌던 하루,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김현호, 샘터사)

정원을 가꾸며 삶의 방향을 되짚은 기록

장세환2026년 4월 21일 오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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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jpg출판사 제공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감각은 익숙해져 있었다. 해야 할 일에 맞춰 시간을 쪼개고, 결과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생활은 오래 이어져 왔다. 그 흐름 속에서 멈춰 서는 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 돌아볼 여유도 쉽게 생기지 않았다.

『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는 그런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었던 기록이었다. 오랜 시간 언론계에서 일했던 저자는 은퇴 이후 정원으로 삶의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의 반복적인 하루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시간의 감각을 경험해 나갔다. 꽃과 나무를 돌보는 일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책 속에서 드러난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하루의 시작은 정원에서 이루어졌고, 계절의 흐름과 식물의 상태에 따라 시간이 달라졌다. 이전처럼 시계와 일정에 맞추기보다, 자연의 변화에 맞춰 하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감각은 한 장면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정원의 두 의자에 앉아 따스한 햇살과 맑은 공기를 즐기며
파란 하늘을 가로지르는 고추잠자리들을 바라본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멈춰 있는 시간과 감각이 함께 담겨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가 중심이 되는 순간이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노동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흙을 만지고 잡초를 뽑는 반복은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감각은 다른 종류의 만족으로 이어졌다.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책은 이 경험을 개인의 변화로만 두지 않았다. 정원을 돌보는 일과 사람의 마음을 대하는 태도 사이의 공통점을 함께 짚어 나갔다.

“정원을 가꾸는 일이나 사람의 마음을 돌보는 일이나
결국 본질은 같다.”

대상을 서둘러 바꾸기보다, 기다리고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어졌다. 그 태도는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고, 일상의 작은 장면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 책이 남긴 것은 특정한 삶의 방식이 아니었다.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결론도 아니었고, 정원을 가져야 한다는 제안도 아니었다. 대신 각자가 머물고 있는 자리에서 어떤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그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어느 지점에서는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그 사이에서 스쳐 지나가는 감각을 붙잡아 보는 일이 가능했다. 그렇게 하루를 다시 쌓아 가는 과정 속에서, 이전에는 지나쳤던 순간들이 조금씩 다른 의미로 남기 시작했다. 정원을 돌보는 일은 특정한 공간에 머무는 경험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일로 이어졌고,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결국 남는 것은 바뀐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선이었고, 그 시선은 이후의 시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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