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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못 읽어도 괜찮다, 책은 이미 당신의 일부다, 『적독 생활』 (타이키 라이토 핌, 서해문집)
쌓아둔 책들에 대한 변명 대신, 새로운 독서 방식을 제안하다
출판사 제공
책장에 쌓인 책들을 보며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왜 이렇게 사기만 하고 읽지는 못할까. 『적독 생활』은 바로 그 순간의 죄책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면서, 전혀 다른 방향의 답을 건넨다. 읽지 못한 책은 실패가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말하는 ‘적독’은 책을 사두고 쌓아두는 행위, 흔히 말하는 ‘읽지 않은 책 더미’를 의미한다. 저자는 이를 게으름이나 낭비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모르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는 증거로 해석한다. 책을 사는 순간 이미 우리는 그 지식과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관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다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알수록 읽지 못한 책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 펼쳐보지도 않은 책조차 우리의 호기심과 방향성을 드러내는 흔적이라는 해석이다.
실용적인 조언도 구체적이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병렬 독서법, 읽기를 미룰 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행동 요법, 읽은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까지 제시한다. 심지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요령까지 다룬다.
흥미로운 지점은 ‘책을 모으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정체성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어떤 책을 선택하고, 어떻게 쌓아두고,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지는 곧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행위라는 것이다. 책장은 단순한 보관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 지도에 가깝다.
결국 『적독 생활』은 독서를 완성하는 법이 아니라, 독서를 지속하는 법을 말한다. 완벽하게 읽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책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라고 권한다.
읽지 못한 책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실패가 아니라,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다는 가장 솔직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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