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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피해자’를 규정하는가, 『완벽한 피해자』 (모함메드 엘쿠르드, 마티)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시선과 ‘호소의 정치’를 해부하다

장세환2026년 4월 17일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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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피해자.jpg출판사 제공

전쟁은 총성과 폭발로만 기록되지 않는다. 누가 말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고통을 증명해야 하는지까지 규정되는 순간,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이 시작된다. 『완벽한 피해자』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예루살렘 출신의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인 모함메드 엘쿠르드는 이 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둘러싼 이중적 시선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들에게 허락된 자리는 두 가지뿐이다.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 ‘이상적인 피해자’이거나, 곧바로 배제되는 ‘위협적인 존재’다. 이 극단 사이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존재로 밀려난다.

저자는 이 조건을 ‘완벽한 피해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분노를 드러내지 않고, 저항을 자제하며, 타인의 공감에 맞춰 고통을 표현해야만 비로소 ‘인정받는’ 존재가 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요구가 외부에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반복되며, 당사자들 내부에도 깊이 스며든다.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뿐 아니라, 연대라는 이름으로 작동하는 또 다른 조건도 함께 짚는다. 공감과 지지가 때로는 ‘이렇게 고통받아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어내고, 그 틀을 벗어나는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방식이다.

엘쿠르드는 선언과 증언, 아이러니가 교차하는 문체로 이 구조를 해체한다. 그의 문장은 단순한 고발에 머물지 않고, 질문을 되돌린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해는 정말 타인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받아들이기 편한 방식일 뿐인가.

『완벽한 피해자』는 특정 지역의 문제를 넘어, 약자와 피해자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을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이 책을 읽는 일은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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