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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라는 폭풍 속에서 흔들리는 건 아이만이 아니다,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 (나민애, 서교책방)
아이보다 먼저 무너지는 마음, 그걸 처음으로 들여다본 책
출판사 제공
사춘기는 아이만 겪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 곁에 있는 부모 역시 함께 흔들리고, 함께 무너지고, 함께 버텨내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동안 우리는 아이의 감정만 분석하고 이해하려 했지, 그 옆에서 버티는 부모의 마음에는 좀처럼 시선을 두지 않았다.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는 바로 그 빈틈에서 시작된 책이다. 나민애 저자는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의 감정을 정면으로 꺼내놓는다. 참고, 이해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교과서적 조언 대신, 실제로 겪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죄책감까지 숨김없이 드러낸다.
책 속의 엄마는 완벽하지 않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무너진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탓하며 다시 일어선다. 이 반복되는 감정의 파동은 오히려 현실적이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을 준다.
저자는 사춘기를 ‘봄’에 비유한다. 씨앗이 껍질을 찢고 올라오는 고통의 시간, 그래서 더 아픈 계절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라면, 부모 역시 그 성장의 충격을 함께 통과할 수밖에 없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감정을 단순히 다스려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태도다. 분노와 절망조차 아이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시간을 건너는 부모들이 서로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문체는 날것에 가깝다. 비속어와 거친 표현, 그리고 숨기지 않은 일상의 장면들이 이어지며, 이 책은 하나의 ‘정제된 에세이’라기보다 ‘살아 있는 기록’처럼 읽힌다. 서울대 교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그냥 엄마’로 서는 순간, 글은 오히려 더 힘을 얻는다.
결국 이 책이 건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대신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의 존재다.
아이의 방문이 닫히는 순간, 엄마의 마음도 함께 닫히는 것 같지만, 그 문 너머에서 서로를 향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버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버팀이 쌓여, 어느 날은 다시 말을 건넬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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