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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되는 순간, 흐릿해지는 나를 마주하다, 『셋이 되어 버렸다』 (김화요, 문학동네)

둘이 아닌 ‘셋’이 만들어낸 관계의 미묘한 균열을 그린 성장 동화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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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되어 버렸다.jpg출판사 제공

교실에서 가장 흔하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둘이던 관계에 누군가가 끼어들며 ‘셋’이 되는 순간이다. 『셋이 되어 버렸다』는 바로 그 장면에서 시작해, 어린 시절 관계의 균열과 감정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새 학년을 맞은 여울이 있다. 단짝을 간절히 바라던 여울은 자은을 만나며 비로소 ‘둘’이 되는 안정감을 얻는다. 그러나 또 다른 친구 다빈이 합류하면서 관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셋이 함께 걷는 길 위에서 여울은 점점 자신의 자리가 흐릿해지는 감각을 경험한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감정을 눌러버리는 선택은, 오히려 스스로를 더 작게 만든다. 이 작품은 그 과정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려낸다.

김화요 작가는 어린이의 관계를 단순한 우정 서사가 아닌, 감정의 구조로 접근하는 작가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와 『좋아, 하는』 등에서 이미 어린이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정밀하게 포착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관계 속에서 사라지는 감정’이라는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히 “셋이 같이 다니자”라는 제안이 누군가에게는 환영이 아닌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갈등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미세한 이동이다. 셋이 된 관계에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서열, 무심한 말 한마디가 만들어내는 거리감,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을 지우는 선택까지. 아이들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그 감정의 결은 어른에게도 낯설지 않다.

『셋이 되어 버렸다』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낮추는 선택이 과연 옳은지 묻는다. 동시에, 관계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와 함께 있기 위해 스스로를 지워야 한다면, 그 관계는 정말 안전한 자리일까. 이 책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 넘기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하느냐’보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가’라는 사실을 끝내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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