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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가족’ 서사를 벗어난 기록, 『서른 동규의 생선가시를 발라주며』 (이정희, 나비움)
20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드러난 관계의 균열과 지속, 한 개인으로 돌아가는 과정
출판사 제공
장애를 다루는 이야기는 대체로 두 방향으로 수렴한다. 감동의 서사이거나, 사회 비판의 목소리다. 『서른 동규의 생선가시를 발라주며』는 그 익숙한 틀에서 한 걸음 비켜선다.
이 책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운 20년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동시에 24편의 시를 함께 배치해 감정의 흐름과 사건의 시간을 교차시킨다. 개인의 경험을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때의 감정과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구조에 가깝다.
서술은 일관된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죽고 싶었던 순간, 아이가 없었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까지도 숨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삭제되거나 미화되는 감정이 그대로 노출된다. 이 지점에서 책은 ‘좋은 엄마’라는 역할을 벗어나 한 개인의 내면으로 이동한다.
시간이 흐르며 관계의 형태도 달라진다. 보호와 통제 중심의 삶에서, 점차 분리와 독립의 순간으로 넘어간다. 현재 아들은 독립 생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야기는 특정한 결말 없이 그 상태에서 멈춘다.
책 속에는 돌봄의 일상도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식사 자리에서 생선가시를 발라주는 장면처럼, 반복되고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오랜 시간 축적된 관계의 형태를 드러낸다. 그 장면은 돌봄의 끝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태를 보여준다.
이 기록은 극복이나 감동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한 가족이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서 바뀌어온 시선이 그대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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