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건네는 기록, 『삶의 지혜를 동여맨 페페 에스코바의 편지』 (페페 에스코바, 시대의창)

격동의 시대를 통과한 지식인이 손자에게 남긴 사유와 생존의 언어

장세환2026년 4월 13일 오전 7:43
380

페페 에스코바의 편지.jpg출판사 제공

누군가에게 보내는 글은 결국 남겨질 시간을 전제로 한다. 『삶의 지혜를 동여맨 페페 에스코바의 편지』는 아직 읽지 않을 독자를 향해 쓰였다.

브라질 출신 언론인 페페 에스코바는 갓 태어난 손자 ‘아이얀’이 열다섯 살이 되는 시점을 상정하고,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한 편의 편지로 묶어낸다. 특정 시점에 도달해야 비로소 열리는 텍스트라는 점에서, 이 글은 현재보다 미래에 더 가까이 놓여 있다.

내용은 개인의 회고를 넘어선다. 1968년 프랑스 혁명, 베트남 전쟁, 히피 문화 등 격동의 시기를 통과한 경험이 문학과 음악, 철학의 기억과 함께 엮인다. 밥 딜런과 롤링 스톤스에서 시작해 고전 문학과 철학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하나의 취향이 아니라 생존 방식에 가깝다. 혼란 속에서 버티게 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읽고 듣고 사유하는 시간이었다는 점이 반복된다.

시선은 동서양을 넘나든다. 당나라 승려 현장법사의 여정이 소환되는 지점에서, 개인의 경험은 역사적 시간과 겹쳐진다. 금지된 길을 넘어선 이동, 사막과 고원을 통과하는 과정은 단순한 서술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읽힌다. 무엇을 알고자 했는가, 그리고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현재에 대한 진단은 비교적 직설적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부패와 불평등이 겹쳐진 구조로 바라보며, 미래 세대가 마주할 환경을 낙관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다만 그 판단은 경고에 머물지 않는다. 외부의 조건보다 내부의 태도에 무게를 둔다.

편지는 특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과 사유, 그리고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감각을 강조한다. 이미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지만, 읽히는 시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구조다.

글은 먼저 도착해 있고, 읽는 시점은 아직 남아 있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