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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이 사라진 자리에 상상력이 들어왔다, 『삼신할머니를 구하랏!』 (김영미·허아성, 아이음북스)
탄생을 둘러싼 옛 이야기를 모험 서사로 다시 풀어낸 어린이 동화
출판사 제공
삼신할머니를 아는 아이가 얼마나 될까. 『삼신할머니를 구하랏!』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잊혀 가는 전통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이야기 속 사건으로 끌어들인다.
이 동화는 아기의 탄생을 둘러싼 전통 신앙을 배경으로 삼는다. 금줄, 삼신상, 십이지신 같은 요소들이 등장하지만, 설명보다 사건이 먼저 움직인다. 병든 아기를 살리기 위해 할머니와 손자가 지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야기의 중심은 종오와 할머니다. 늘 2대 1로 게임에서 지던 종오에게 동생의 탄생은 단순한 가족의 확장이 아니라 ‘팀이 되는 사건’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기는 위태로운 상태에 빠지고, 문제의 원인이 지하 세계의 균형 붕괴로 연결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확장된다.
지하 세계 설정은 비교적 직선적이다. 대별왕과 삼신할머니가 갇히고, 질서가 무너지면서 지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구조다. 종오와 할머니는 ‘탄생의 종’을 울려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안고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건 두 인물의 관계다. 할머니는 보호자이면서도 때로는 흔들리고, 종오는 아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앞으로 나선다. 전통을 전달하는 어른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의 구도가 아니라, 함께 해결하는 동료에 가깝다.
이야기는 전통을 교훈으로 끌어오지 않는다. 대신 모험과 유머, 사투리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독자는 설명을 이해하기보다, 상황을 따라가며 익히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전통을 되살리는 방식이 아니라, 새 이야기로 다시 작동시키는 쪽을 택한다. 낯선 개념을 낯설지 않게 만드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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