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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설명되지 않는 감정은 종종 괄호 안에 밀려난다. 말로 다 풀어낼 수 없는 기억, 이해되지 않는 관계,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 『괄호 밖은 안녕』은 그 괄호 안에 남겨진 것들을 다시 바깥으로 불러내는 소설집이다.
이주혜는 이번 작품에서 ‘번역’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언어의 변환이 아니다. 타인의 감정과 기억을 이해하려는 시도, 끝내 완전히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작품 속 인물들은 과거의 기억과 다시 마주한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유령이나 환영, 말하는 존재들처럼 기묘한 형태로 현재에 나타난다. 낯선 방식으로 돌아온 기억은 인물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때의 감정을 정말 이해하고 있었는가, 혹은 외면한 채 지나온 것은 아닌가.
이 소설집에서 인상적인 것은 관계를 다루는 방식이다. 가족, 타인, 그리고 자신과의 관계는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서로를 향해 있지만 어긋나 있고, 이해하려 하지만 끝내 완전히 닿지 못한다. 그 간극 속에서 감정은 더 또렷해지고, 동시에 더 모호해진다.
문장은 절제되어 있으나 감각은 선명하다. 안개의 냄새, 물속에서 뒤집히는 몸의 감각, 폭우 속에서 버티는 화분 같은 장면들은 인물의 내면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깊게 전달한다. 이주혜의 서사는 사건보다 감정의 결을 따라 움직인다.
『괄호 밖은 안녕』은 결국 ‘이해’에 관한 이야기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가가려는 태도에 대해 말한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감각이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조금은 또렷한 얼굴로 떠오르는 순간, 이 소설은 독자의 내부에서 조용히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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