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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세계를 통과하는 법, 『지독하게 뜨거웠고 눈물나게 서툴렀던』 (이성헌, 나무와바다)
스물넷의 열병, 낭만을 걷어낸 청춘의 기록
출판사 제공
청춘은 종종 낭만으로 포장되지만, 그 안쪽은 훨씬 거칠고 불안하다. 『지독하게 뜨거웠고 눈물나게 서툴렀던』은 그 불편한 진실을 피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인도 여행기가 아니라, 스물넷이라는 나이를 통과하는 한 사람의 기록에 가깝다.
저자는 군 장학생이라는 안정된 길을 스스로 내려놓고 영국 유학을 거쳐 남인도로 향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 그 질문 하나를 들고 떠난 5개월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폭염, 연착되는 기차, 끊임없이 따라붙는 사기와 혼란 속에서 인도는 단 한 번도 친절하게 응답하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은 낭만을 철저히 거부한다는 데 있다. 관광 정보도, 여행 팁도 없다. 대신 길 위에서 마주한 날것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다. 불안, 패배감, 외로움, 그리고 끝내 도망치지 못하고 계속 걸어야 했던 시간들. 저자는 그것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여정이 이어질수록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낯선 땅에서 아무 소속도 없는 ‘나’로 살아가는 경험은 스스로를 직면하게 만든다. 타인의 시선도, 사회적 역할도 벗겨진 자리에서 남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감정과 선택뿐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부서지는 경험을 통과하며 조금씩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책에는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함께 실려 있어, 글이 담지 못한 현장의 온도와 공기를 전한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겹쳐지며 독자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시간의 흔적’을 함께 체험하게 된다.
12년이 흐른 뒤, 저자는 그 시절의 기록을 꺼내 다시 바라본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서는 감각, 길을 잃은 시간이 결국 자신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지독하게 뜨거웠고 눈물나게 서툴렀던』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같은 질문을 붙잡고 버텼던 한 사람의 시간을 보여준다. 그 곁에 잠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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