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흐르는 것을 붙잡지 않는 태도, 『물은 찍고, 시간은 그린다』 (박이찬·황수정, 닷북)

결과보다 과정, 속도보다 관계를 묻는 사진의 새로운 시선

장세환2026년 4월 9일 오후 1:27
339

물은 찍고, 시간은 그린다.jpg출판사 제공

사진은 순간을 붙잡는 기술일까. 아니면 시간과 관계를 견디는 태도일까. 『물은 찍고, 시간은 그린다』는 이 익숙한 질문을 뒤집으며, 사진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사진이 무엇을 보여주는가보다,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주목한다. 핀홀카메라, 장시간 노출, 물 위에 띄운 카메라 같은 실험적 방식은 사진을 빠른 기록의 도구에서 느린 사유의 매체로 전환한다. 셔터 한 번으로 완성되는 이미지 대신, 시간과 환경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흔적’으로서의 사진을 제시한다.

특히 ‘물’과 ‘시간’은 이 책의 핵심 요소다. 물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이미지를 움직이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시간은 형태를 고정하는 대신 흐리게 만들며 축적된다. 이 과정에서 사진가는 더 이상 모든 것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이미지 형성에 참여하는 위치로 이동한다.

책은 이러한 변화를 ‘느림’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느림은 단순한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진이 스스로 드러날 수 있도록 기다리는 태도다. 인화 과정 또한 하나의 촬영으로 확장되며, 사진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상태로 이해된다.

또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며, 이미지를 장르가 아닌 ‘사유의 장’으로 확장한다. 명확한 재현 대신 흐릿한 윤곽과 중첩된 시간은 독자에게 해석을 강요하지 않고 머무름을 요청한다. 보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은 찍고, 시간은 그린다』는 사진을 잘 찍는 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와 어떻게 함께 있을 것인가를 묻는다.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시대에서,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느린 호흡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것들을 조용히 보여준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