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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시간의 결을 더듬는 시선, 『다른 날을 꿈꾸다』 (이일, 보민출판사)
이별과 기다림 사이에서 길어 올린 조용한 감정의 기록
출판사 제공
삶은 늘 지금을 살면서도 다른 날을 떠올린다. 『다른 날을 꿈꾸다』는 그 사이에 놓인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시집이다. 바람이 부는 저녁, 비가 개인 아침, 바다와 모래언덕 같은 풍경 속에서 시인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이 시집의 중심에는 ‘시간’이 있다. 특별한 사건보다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새벽 전철역, 출근길, 비어 있는 공간 같은 일상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정이 된다. 시인은 그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장면으로 남긴다.
대표적으로 「나팔꽃」은 이 시집의 분위기를 압축한다.
“우리들이 만나서 부대끼는 소리는
반쯤은 물에 젖은 모습이다”
관계의 소리를 ‘젖은 상태’로 표현하는 이 구절은 이 시집이 지닌 정서를 보여준다. 또렷하게 말하기보다 흐릿하게 남겨두는 방식, 그 여백 속에서 감정이 더 오래 머문다.
이별과 기다림 역시 중요한 축을 이룬다. 그러나 감정은 격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떠난 자리와 남겨진 시간이 담담하게 이어지며, 독자가 스스로 그 감정을 채워 넣게 만든다. 그래서 시집 전체에는 설명보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자연의 이미지 또한 반복된다. 바다, 바람, 모래, 별빛 같은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시간을 비추는 장치로 작동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반복되는 흐름 속에서 시인은 인간의 삶 역시 그렇게 흘러간다고 바라본다.
특히 이 시집은 ‘지금’과 ‘다른 날’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면서, 현재의 자리를 다시 인식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시집은 과거를 향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한 시선이기도 하다.
『다른 날을 꿈꾸다』는 삶을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남겨진 장면들을 조용히 펼쳐 보인다. 그 안에서 독자는 자신의 시간과 닮은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지나간 날을 붙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을 다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다른 날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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