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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감정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질투하는 남자』 (요 네스뵈, 비채)

사랑과 집착 사이에서 무너지는 인간을 파헤친 단편 스릴러

장세환2026년 4월 8일 오후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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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남자.jpg출판사 제공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낯선 사람이 갑자기 말한다. “저 자살할 거예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랑 때문이고, 배신 때문이며, 무엇보다 질투 때문이다. 요 네스뵈의 단편집 『질투하는 남자』는 이렇게 가장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해, 가장 잔혹한 선택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이 책은 범죄를 다루지만, 사건보다 먼저 감정을 파고든다. 저자는 질투를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기로 설정한다. 그 감정이 사랑과 결합할 때 어떻게 변질되고, 결국 폭력과 파국으로 이어지는지를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 보인다.

책에 실린 한 문장은 이 세계를 압축한다.

“살인사건의 80퍼센트에서 가해자가 희생자와 밀접한 관계이고
그중 80퍼센트에서 가해자가 남편이거나 남자친구이고
살해 동기의 80퍼센트가 질투라는 법칙이다.”

이 냉정한 통계는 이 소설집이 향하는 방향을 분명히 한다. 낯선 범죄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시작되는 균열. 그 균열이 점점 커지며 인간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장르를 넘나든다. 치정 사건을 파고드는 형사 이야기부터, 자살을 위장해주는 에이전시, 팬데믹 이후 붕괴된 세계,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설정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사람을 끝까지 몰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또 다른 장면에서는 그 감정의 내부가 드러난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다가 절망에 빠졌다가
분노에 휩싸이고, 자기 비하에 사로잡혔다가
마지막에는 깊은 우울에 빠지는 과정”

질투는 단순히 타인을 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향해 돌아오며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동시에, 인물 내부에서 직접 경험하게 만든다.

요 네스뵈는 장편에서 보여준 서스펜스를 단편으로 압축한다. 빠르게 전개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각각의 이야기는 짧은 분량 안에서 인물의 동기와 선택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예상했던 결말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질투하는 남자』는 범죄소설의 형식을 빌려 인간을 해부하는 책에 가깝다. 사건은 장치일 뿐이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감정이 진짜 이야기다.

가장 무서운 순간은, 낯선 사람이 아니라 익숙한 사람이 낯설어질 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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