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상처의 방향을 바꾸는 일, 『어쩌다 보니 가장 미워하던 사람이 나였다』 (노지연, 이상한빛)
자기비난에 익숙해진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한국 에세이
출판사 제공
타인의 실수에는 쉽게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잘못 앞에서는 훨씬 더 가혹해지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무난하게 하루를 버텨내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주 무너지고, 비교와 자책 속에서 스스로를 점점 몰아붙이는 삶이다. 노지연의 신간 『어쩌다 보니 가장 미워하던 사람이 나였다』는 바로 그 익숙한 내면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가장 오래 외면해 온 사람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꺼내 보이며,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은 거창한 해답보다 일상 속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왜 나에게만 유독 엄격했는지, 괜찮은 척 묻어둔 감정은 어디로 갔는지, 관계 속에서 왜 자꾸 작아졌는지, 끌려다니는 삶을 멈추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를 차분하게 짚는다. 자기계발서의 단호한 구호나 치유서의 익숙한 위로를 앞세우기보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살아온 사람의 실제적인 내면을 드러내는 쪽에 더 가까운 책이다.
구성은 모두 4부다. 1부에서는 자기비하와 비교, 감정 억압, 불신 같은 문제를 통해 스스로에게 냉정했던 시간을 돌아본다. 2부는 사람 사이에서 위축되고 눈치를 보게 되는 이유를 따라가며 관계 안의 불안을 비춘다. 3부는 일과 시간, 선택의 문제를 통해 삶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4부는 식습관, 운동, 독서, 스트레스 관리처럼 몸과 생활의 감각으로 시선을 넓힌다. 마음의 문제를 생각에만 가두지 않고 생활의 태도로 연결해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노지연은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기록해 온 저자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속에서는 흔들리던 시간을 숨기지 않고 꺼내며, 타인의 기대와 시선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과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을 풀어낸다. 저자는 “타인에게 건네던 그 말 한마디를 왜 나 자신에게는 해주지 못했을까”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자, 독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
『어쩌다 보니 가장 미워하던 사람이 나였다』는 자신을 바꾸라고 재촉하기보다, 먼저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바라보게 한다. 부족함을 고치기 전에 나를 향한 태도부터 살피자는 이 책의 제안은 비교와 평가에 지친 독자에게 오래 남는 울림을 건넨다. 스스로에게만 차가웠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자기 편이 되어보려는 사람이라면 이 조용한 문장들 앞에서 한 번쯤 걸음을 늦추게 될 듯하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