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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야기를 쓰는가, 인간인가 시스템인가, 『마지막 원고』 출간(윤슬, 루미너리북스)
AI가 완성한 첫 장편 미스터리, ‘원고’라는 장치로 묻는 창작의 경계
출판사 제공
화담호 북쪽 언덕의 별장. 잠긴 문, 열린 창문, 그리고 책상 위에 남겨진 미완성 원고. 『마지막 원고』는 익숙한 밀실 미스터리의 장치에서 출발하지만, 곧 전혀 다른 질문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이 이야기를 쓴 것은 과연 누구인가.
소설은 추리작가 서연희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현장에는 제목이 ‘작가의 죽음’인 원고가 남아 있고, 마지막 장은 사라져 있다. 형사는 사건을 쫓지만, 독자는 동시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추적하게 된다. 원고 자체가 단서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설계한 또 다른 서사인지 의심이 꼬리를 문다.
이 작품의 긴장감은 단순한 범인 찾기에 머물지 않는다. 만년필 하나, 흐트러진 슬리퍼, 물을 마시지 못한 채 멈춘 손 같은 사소한 사물들이 사건의 감정과 분위기를 대신한다.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 문장은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사람이다. 15년을 함께한 가사도우미의 떨림, 오래된 사건을 품고 사는 형사의 침묵처럼, 사건 주변의 인물들이 서사의 중심을 끌어당긴다.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간의 기억과 감정이 더 선명하게 남는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서사 바깥으로 확장된다. 『마지막 원고』는 루미너리북스가 개발한 AI 시스템 ‘윤슬’이 기획부터 집필, 퇴고까지 전 과정을 수행해 완성한 장편소설이다. 인간의 경험이나 기억 없이도 하나의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창작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읽는 동안은 평범한 미스터리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질문이 남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흔들린 감정은 누구의 것인가.
소설은 끝났지만, 해석은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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