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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닿은 자리, 『길 끝의 문학』 (이옥희, 한국산문)

기억과 사람, 그리고 문학으로 이어진 한 작가의 여정

장세환2026년 4월 6일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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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의 문학.jpg출판사 제공

앞만 보고 걸어온 길이 문득 멈추는 순간,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길 끝의 문학』은 그렇게 멈춰 선 자리에서 시작된 기록이다.

이옥희 작가의 이번 수필집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기억과 사람, 그리고 문학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수필가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해 온 순간들을 차분히 풀어내며, 결국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문학’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

책은 가족과 일상,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마주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아버지와 할머니, 스승과 친구 등 삶을 함께 지나온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며, 개인의 기억이 곧 문학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익숙한 일상의 장면 속에서도 저자의 시선은 따뜻하게 머물고,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수필 사이에 배치된 평론 글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저자가 문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왔는지를 드러낸다. 톨스토이와 로렌스 등을 다룬 글에서는 인간과 문학을 향한 깊은 사유가 읽히며, 수필과 평론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이 책은 특별한 사건보다 오래 남는 감정에 집중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문학이 그 기억을 어떻게 붙잡아 주는지를 조용히 건넨다.

길 끝에 도착했다고 생각한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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