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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공포의 근원을 건드리다, 『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현대문학)
‘링’ 이후 16년, 인간과 세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새로운 서사
출판사 제공
익숙하다고 믿어온 세계가 한순간 낯설어질 때, 공포는 비로소 시작된다. 일본 호러 문학의 대표 작가 스즈키 고지가 장편 『유비쿼터스』로 돌아왔다. ‘링’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은 기존의 심령 공포를 벗어나, 인간이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의 구조 자체를 흔드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야기는 15년 전 발생한 사이비 종교 집단 사망 사건에서 출발한다. 사건 이후 사라진 손주를 찾기 위한 의뢰를 받은 탐정은 물리학자와 함께 사건을 추적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단서를 마주한다. 결국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집단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장면에 이르며, 사건의 본질은 점차 드러난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공포는 유령이나 원한이 아니다. 작가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즉 인간이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온 자연의 질서에 시선을 둔다. 특히 식물이라는 존재를 통해, 생명과 문명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공포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시작된다.
서사는 미스터리와 과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구조로 전개된다. 남극에서 채취된 물질, 해독되지 않는 고문서, 집단 사망 사건 등 다양한 요소가 교차하며 이야기를 확장한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인간 존재와 생명의 질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작품은 절망으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물들은 이해와 대응을 시도하며, 공포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드러낸다. 이는 스즈키 고지가 일관되게 탐구해온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이 책은 공포를 통해 묻는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어온 세계는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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