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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서 시작된 정원의 시간, 『영국 정원 일기』 (김민호, 판미동)
열두 달의 기록으로 풀어낸 정원사로서의 삶과 회복의 과정
출판사 제공
익숙한 삶의 자리에서 멀어졌을 때, 사람은 예상보다 쉽게 중심을 잃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김민호의 『영국 정원 일기』는 영국으로 이주한 한 사람이 정원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아내와 함께 낯선 땅에 정착한 뒤, 집 뒤편의 작은 정원에서 위안을 얻었다. 이후 영국 왕립원예학회 과정을 거쳐 정원사의 길로 들어섰고, 야생화 씨앗을 담은 전단지를 돌리며 일을 시작했다.
책은 정원사의 시선으로 기록한 1년의 흐름을 따라간다. 각 달마다 중심이 되는 식물을 놓고 이야기를 풀어내며, 식물이 자라고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삶의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정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균형을 회복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식물을 돌보는 과정은 곧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가지를 자르고 공간을 비우는 일,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식물을 다시 옮기는 선택은 모두 한정된 조건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지나가는 것과 남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감각을 익혀 간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시간도 함께 기록된다.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외로움, 가족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상의 변화, 아이들과의 기억이 정원 풍경과 겹쳐지며 서술된다. 특정한 사건보다 일상의 흐름 속에서 감정이 쌓이고, 그 축적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로 이어진다.
『영국 정원 일기』는 식물의 성장과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며, 한 사람이 새로운 환경 속에서 삶의 리듬을 다시 세워 가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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