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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잔혹함 사이, 그 경계에 선 시선”, 『바다를 엿보다』 (이라 세쓰나, 모요사)

열일곱의 감각으로 파고든 미와 사랑, 그리고 존재의 불안

장세환2026년 3월 26일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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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엿보다.jpg출판사 제공

문단은 때때로 나이를 잊는다. 『바다를 엿보다』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생 작가 이라 세쓰나는 단 한 편의 작품으로 일본 순문학계의 권위 있는 신초신인상을 거머쥐며 등장했다. 그것도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이 작품은 단순한 ‘천재 신인의 등장’이라는 수식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깊은 질문을 던진 소설에 가깝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고등학생 하야미가 있다. 그는 같은 반 학생 호조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단순한 호감이나 동경이 아니다. 그 존재 자체를 이해하고 싶고, 붙잡고 싶고, 결국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집요한 시선이다. 그래서 그는 호조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예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타인을 파고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관계는 결코 단순하게 흐르지 않는다. 호조는 누구에게도 쉽게 닿지 않는 존재이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무심하게 열려 있는 인물이다. 이 모순된 태도는 하야미를 더욱 깊은 혼란으로 끌어들인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동경인지 파괴 충동인지 구분할 수 없는 감정이 점점 증폭된다.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힘은 ‘언어’에 있다. 문장은 단정하면서도 날카롭고, 때로는 지나치게 아름다워 불편함을 남긴다. 특히 “사랑은 결국 없는 것을 탐하는 욕망”이라는 식의 통찰은, 십 대의 시선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냉정하고 집요하다.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해부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강하게 독자를 파고든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미와 추’에 대한 집요한 탐구다. 아름다움은 왜 사람을 끌어당기면서 동시에 파괴하는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은 어떻게 공감을 흉내 내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성장소설의 범주를 벗어나, 존재론적인 영역까지 확장된다.

작품 속 인물들 역시 선명하게 대비된다. 하야미와 호조, 그리고 미술부 선배 야타니와 그의 연인 타나하시. 이들의 관계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긴장은 점점 고조되어, 결국 바다라는 공간에서 하나의 결말로 수렴된다.

특히 바다는 이 소설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고, 끝없이 깊은 존재. 호조라는 인물 자체가 곧 바다처럼 그려진다. 가까이 갈수록 더 멀어지는 대상, 그리고 끝내 삼켜버릴 것 같은 어떤 것.

『바다를 엿보다』는 단순히 잘 쓴 데뷔작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일찍 도달해버린 감각에 가깝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불안하다. 이 시선이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지, 그리고 무엇을 더 보게 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일곱이 썼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야 한다. 그래야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 온전히 보인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까지 타인을 침범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

이 소설은 그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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