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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중년에 지친 밤에는』 (마스다 미리, 북포레스트)

사소한 변화들을 웃음으로 건네는, 중년의 마음을 위한 코믹 에세이

장세환2026년 3월 25일 오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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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지친 밤에는.jpg출판사 제공

어느 날 문득, 예전과 같지 않다는 느낌이 스친다. 잘 어울리던 옷이 어색해지고, 말하려던 단어가 혀끝에서 맴돌다 사라지고, 별일 아닌데도 괜히 지치는 밤이 찾아온다. 『중년에 지친 밤에는』은 바로 그런 순간들에서 출발한다.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작고 사소한 변화들이다.

마스다 미리는 오랫동안 30대 여성의 일상을 그려온 작가다. 「수짱」 시리즈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던 그는 이번 책에서 시선을 한 걸음 더 옮긴다. 이제는 50대의 시간, 중년의 감각, 그리고 나이 들어가며 달라지는 마음의 결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작가 자신과 독자가 함께 나이를 먹어온 시간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설명하지 않음’이다. 감정을 길게 해설하지도 않고, 교훈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대신 짧은 문장과 간결한 만화 컷으로 일상의 장면을 툭 던진다. “그거, 그거…” 하며 단어를 찾지 못하는 순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나서 멋쩍어지는 장면, 옷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편한 옷을 고르는 마음까지. 읽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나고, 동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특히 인상적인 건 이 책이 중년을 ‘잃어가는 시기’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힘을 조금 빼도 되는 시간,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기로 바라본다. 예전처럼 모든 걸 잘 해내지 않아도 되고,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이 느슨한 태도는 체념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오래 버티게 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또 하나의 매력은 특유의 담백한 유머다. 과장된 웃음이 아니라, “이게 뭐지?” 하고 피식하게 만드는 종류의 웃음. 예를 들어, 옷을 정리하다가 “이제 안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도 “버리는 건 아깝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며, 독자는 자신의 하루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 이 책은 큰 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작은 공감으로 다가온다. “나만 이런 줄 알았는데”라는 안도감, 그리고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느슨한 허용. 그 사이에서 중년의 시간은 조금 덜 무겁게 흐른다.

빠르게 달려가던 시기를 지나, 잠시 속도를 낮춰도 되는 밤. 『중년에 지친 밤에는』은 그런 시간에 조용히 펼쳐볼 만한 책이다. 특별한 해결책은 없지만, 그 대신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남긴다. 그리고 그 감각 하나만으로도, 오늘 밤은 조금 덜 지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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