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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사람을 오래 붙들어 주는 방식, 『우정의 미적분』 (스티븐 스트로가츠, 프시케의 숲)
수학 문제를 주고받으며 30년을 이어 온 스승과 제자의 특별한 교류
출판사 제공
우정은 대개 함께 웃고 기대고 위로하는 감정의 언어로 설명된다. 그런데 『우정의 미적분』은 그 익숙한 정의를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여기서 관계를 이어 준 것은 다정한 고백이나 잦은 만남이 아니라 수학 문제였다. 한 고등학생과 그의 수학 교사가 졸업 뒤에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문제를 내고 풀이를 보내는 동안, 사유는 관계가 되고 관계는 시간 속에서 더 단단해졌다.
세계적인 응용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이 책에서 저명한 학자가 아니라 한때 수학에 매혹됐던 학생으로 돌아간다. 그의 삶을 바꾼 인물은 고등학교 시절 만난 교사 돈 조프레이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학교를 떠난 뒤 오히려 더 깊어졌다. 대학 진학과 진로 고민, 가족의 상실, 세월의 변화가 흐르는 동안에도 그들 사이에는 늘 질문이 오갔다. 안부를 묻는 대신 문제를 내고, 정답보다 풀이 과정을 붙잡는 대화가 이어졌다.
책의 매력은 바로 그 점에 있다. 미적분과 극한, 무한, 연속성 같은 개념이 따로 강의되듯 제시되지 않는다. 누군가 실제로 고민하고 막히고 다시 생각해 보는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수학은 추상적 공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한 사람과 다른 사람을 이어 주는 언어처럼 읽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상실과 후회, 존경과 애정이 노골적으로 쏟아지지 않는데도 문장 사이에는 긴 시간이 남긴 온기가 선명하다. 누군가의 삶에 오래 남는 스승이란 어떤 존재인지, 배움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관계란 무엇인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든다.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 절제된 서술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수학을 어려워했던 독자라도 이 책 앞에서는 크게 주눅 들 필요가 없다. 핵심은 공식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 있지 않다. 함께 문제를 붙들고 생각하는 경험,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모습을 따라가는 데 있다. 수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지적 탐구의 기쁨을,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배움과 우정의 드문 풍경을 건네는 책이다.
빠르게 소모되는 관계가 흔한 시대에 이 기록은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오래 이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때로는 한 줄의 위로보다도 진지한 질문 하나, 쉽게 끝내지 않는 사유 하나가 더 멀리 관계를 데려간다. 그 느리고 단단한 시간을 이 책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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