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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숲으로 향한 삶의 전환, 『숲으로 출근합니다』 (황금비, 한겨레출판)

기자에서 나무의사가 되기까지, 사계절 속에서 기록한 자연과 일상의 감각

장세환2026년 3월 25일 오후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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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출근합니다.jpg출판사 제공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의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본다. 그러나 그 생각을 실제 삶의 방향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숲으로 출근합니다』는 그 막연한 상상을 현실의 선택으로 옮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신문기자로 치열한 현장을 누비던 저자는 어느 날 삶의 방향을 틀어, 바다와 숲이 맞닿은 태안의 수목원으로 출근하게 된다.

저자 황금비는 천리포수목원의 나무의사로 일하며 사계절을 몸으로 겪는다. 수목원에서 마주한 하루는 도시의 시간과 전혀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속도를 경쟁하던 자리에서 벗어나, 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생장에 맞춰 움직이는 일상이 펼쳐진다. 파도 소리와 바람, 새의 울음 같은 감각들이 일의 일부가 되는 환경이다.

책은 단순한 직업 전환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나무와 식물을 돌보는 구체적인 노동, 그 안에서 발견하는 미세한 변화와 감각이 촘촘하게 담긴다. 잡초를 뽑고 가지를 정리하는 일처럼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 식물의 생장을 좌우하는 과정이라는 점도 드러난다. 자연을 가꾸는 일이란 결국 보이지 않는 시간을 돌보는 일에 가깝다.

특히 수목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의미가 선명하게 전해진다. 1만 7,000여 분류군의 식물을 품은 이곳에서 저자는 서른세 종의 나무와 식물을 골라 계절별로 기록한다. 익숙한 나무부터 이름조차 낯선 식물까지, 각각의 생태와 특징이 이야기를 통해 살아난다. 이름을 몰랐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시선의 변화를 이끈다.

저자의 시선은 식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자연”이라는 문장은,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도시의 풍경 속에서 잊히기 쉬운 감각들이 이곳에서는 또렷하게 드러난다.

글은 과장된 위로를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선을 조금 바꾸는 순간을 포착한다. 출근길에 스치는 나무, 산책길의 작은 변화처럼 일상의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낯선 곳으로 떠나야만 가능한 변화가 아니라, 이미 곁에 있는 자연을 다시 바라보는 경험에 가깝다.

숲으로 향한 선택은 하나의 결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이후의 시간은 계절과 함께 이어진다. 매일의 작은 변화와 감각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한 하루가 조금 다른 결로 쌓이기 시작한다.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삶의 방향을 바꿔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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