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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시작되는 또 하나의 식탁, 『요괴 식당』 (다니무라 노리아키, 김윤정 옮김, 신나는원숭이)

사물이 요괴가 되는 밤,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상상의 부엌

장세환2026년 3월 18일 오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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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식당.jpg출판사 제공

집 안이 조용해지는 밤, 우리가 잠든 사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요괴 식당』은 그 틈을 파고든다. 낮 동안 아무 말 없이 쓰이던 물건들이 밤이 되면 요괴가 되어 식당으로 향한다는 설정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이 그림책은 리모컨, 쿠션, 냉장고, 장난감 상자처럼 일상에서 늘 곁에 있던 사물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하루 종일 눌리고, 기대지고, 끌려다니며 쌓인 피로를 안고 요괴 식당을 찾는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음식을 받아든다. 건전지 초밥, 목화솜 스테이크, 종이비행기 튀김 같은 메뉴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사물의 성질과 역할을 재치 있게 풀어낸 결과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대신 감정이 또렷하다. 지친 존재가 따뜻한 음식을 통해 회복되는 과정, 그리고 그 순간의 편안함이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사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익숙한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설명보다 경험에 가깝다. “나를 위로해 주는 음식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며, 읽는 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만든다. 요괴들의 식사가 곧 독자의 기억과 연결되는 구조다.

작가 다니무라 노리아키 특유의 ‘사물 요괴’ 상상력도 눈에 띈다. 광고와 전시에서 주목받아온 그의 작업 세계가 그림책으로 확장되며, 유머와 따뜻함이 함께 살아난다. 실제로 이 작품은 일본에서 그림책 신인상과 베스트셀러 성과를 동시에 거두며 주목받았다.

『요괴 식당』은 단순한 판타지 그림책을 넘어,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감각을 건넨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에도 하루의 무게가 쌓여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리고 다정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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