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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단련하며 마음을 비우다, 『스님의 달리기』 (지찬, 유노북스)

한 걸음마다 쌓이는 수행, 달리기로 배우는 삶의 균형

장세환2026년 3월 18일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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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달리기.jpg출판사 제공

빠르게 달리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는 종종 왜 달리고 있는지조차 잊는다. 『스님의 달리기』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되묻는다.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호흡에 귀 기울이며, 몸과 마음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 책은 스스로를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스님’이라 부르는 지찬 스님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좌선을 마친 뒤 매일 10킬로미터 이상을 달리는 일상 속에서, 그는 몸의 변화와 함께 마음의 흔들림을 기록한다. 수행자로서 마음을 닦아온 시간과 달리기를 통해 마주한 육체의 한계가 교차하며 새로운 깨달음이 만들어진다.

출발은 단순했다. 흐트러진 몸으로는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조금만 뛰어도 가빠지는 숨, 무너지는 리듬, 쉽게 따라오지 않는 몸은 좌절을 안겼다. 그럼에도 그는 무리하지 않고, 하루의 몫을 채우는 방식으로 달리기를 이어갔다. 그렇게 쌓인 거리는 11,450킬로미터를 넘어섰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수행자조차 욕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데 있다. 기록이 단축될수록 더 잘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그것이 수행인지 집착인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러나 그는 그 마음을 억누르지 않는다. 다만 알아차리고 흘려보낸다. 붙잡지 않는 연습, 그것이 이 책이 전하는 핵심 태도다.

달리기는 이 책에서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호흡을 따라가는 과정이며, 생각을 내려놓는 연습이다. 숨이 흐트러질 때 억지로 통제하기보다 몸의 리듬을 받아들이는 순간, 다시 균형이 찾아온다는 경험은 수행과도 닮아 있다. 몸을 단련하는 일이 곧 마음을 존중하는 일로 이어진다.

『스님의 달리기』는 멈추지 못하는 삶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더 많이 얻기 위한 달리기가 아니라, 지금의 걸음을 온전히 느끼는 달리기. 그 안에서 저자는 ‘족함’을 배운다.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 그리고 그 감각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조용히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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