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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마음이 아니라 범죄의 구조를 읽다,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나경희, 에스판다스)

경찰 최초 공개 채용 ‘특채 1기 프로파일러’ 20년 수사 기록…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형성과 진화를 담은 논픽션

최준혁2026년 3월 13일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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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jpg출판사 제공

범죄를 마주하는 일은 단순히 사건의 결과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를 끝까지 추적해야만 다음 범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은 바로 그 질문을 붙들고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 온 한국 경찰 1기 프로파일러들의 기록을 담은 논픽션이다.

에스판다스가 펴낸 이 책은 경찰 사상 최초로 공개 채용된 ‘특채 1기 프로파일러’들의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유영철, 강호순 사건 등을 계기로 경찰이 2005년 공개모집을 통해 심리 전공자들을 채용하면서 시작된 한국 프로파일링의 역사가 이 책의 출발점이 됐다. 자문에는 백승경 서울경찰청 팀장, 최대호 경찰수사연수원 교수, 추창우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관, 전직 프로파일러 김윤희가 참여했다.

책은 단순히 유명 사건을 재구성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프로파일러들이 채용 초기 어떤 혼란과 한계 속에서 수사를 시작했는지, 미국 연방수사국의 범죄 분류 매뉴얼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한국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를 어떻게 체감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한국 범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범죄분류 매뉴얼’ 구축이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등장한다. 2017년 완성된 이 체계는 프로파일러들이 현장 면담과 분석 기록을 꾸준히 축적한 결과였다.

책에 담긴 사례들도 눈길을 끈다. 허위 자백의 심리, 방화범의 행동 패턴, 장기 미제 사건의 단서, 자기 자신조차 속이는 사이코패스의 특징, 디지털 가스라이팅과 이상동기 범죄까지 한국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범죄 양상이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다시 정리됐다. 어떤 사건은 과거 단신 보도로만 알려졌지만, 실제 분석과 면담에 참여한 이들의 고민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책은 프로파일러를 영웅적 직업인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시신 옆에서 살아남은 고양이의 눈빛을 잊지 못하는 마음, 타살과 자살을 다르게 견뎌야 하는 감정, 진실을 파고들기 위해 타인의 내면을 끝없이 들여다봐야 하는 직업적 부담까지 함께 기록했다. 범죄를 분석하는 기술뿐 아니라, 그 일을 감당하는 인간의 내면 또한 놓치지 않았다.

저자 나경희는 사건 전문 기자로서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수사 보고가 아니라 관점과 통찰이 담긴 이야기 논픽션으로 엮어냈다. 그래서 『악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은 범죄수사 실록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가 어떤 악을 만들어 왔고, 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기록으로 읽힌다.

이 책은 결국 ‘악의 마음’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대신 범죄가 발생하는 구조와 반복되는 패턴,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애써 온 사람들의 시간을 드러낸다. 사건을 해결하는 기술의 역사이자,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자의 심리를 끝까지 해부해 온 한국 프로파일러들의 집단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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