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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호일: 매일매일 좋은 날』 신간 출간 (모리시타 노리코, 알에이치코리아)
매일의 반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다
출판사 제공
차 한 잔을 제대로 내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좋은 말차를 고르고, 알맞은 온도의 물을 붓고, 거품을 낸다. 그러나 마지막 한 순간이 남는다. 거품을 가득 올리는 대신 수면 한쪽에 초승달처럼 맑은 녹색을 남기는 일. 욕심을 덜어내고 손의 힘을 빼고 균형을 기다릴 때 비로소 한 잔의 차가 완성된다. 모리시타 노리코의 에세이 『일일시호일: 매일매일 좋은 날』은 바로 그 순간의 시간과 감각을 따라가는 기록이다.
알에이치코리아가 출간한 이 책은 일본 작가 모리시타 노리코가 20여 년 동안 다도를 배우며 경험한 삶의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매일매일 좋은 날』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 원제 『일일시호일』로 새롭게 소개됐다.
저자는 스무 살 무렵 우연히 시작한 다도를 통해 반복과 시간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이야기한다. 다도 수업에서는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그 이유는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왜 그 순서로 닦아야 하는지, 왜 소리를 내어 차를 마셔야 하는지, 왜 동작 하나하나가 정해져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다. 잘하려 할수록 더 어긋나고,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손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이 찾아온다. 머리로 이해하지 못했던 동작이 몸에 축적된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그 경험을 통해 삶의 많은 것들이 이해보다 반복 속에서 천천히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책은 다도를 중심으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의 속도와 감각을 이야기한다. 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꽃을 바라보고, 계절의 공기를 느끼고, 물이 끓는 소리를 듣는 시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기 쉬운 감각을 되살린다. 매주 이어지는 수업 속에서 저자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을 통해 계절과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일일시호일』이라는 제목은 선종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로 “하루하루가 모두 좋은 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평범한 삶 속에서도 시간이 쌓이며 어느 순간 깨달음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컵에 물이 한 방울씩 차오르다 어느 날 넘쳐 흐르듯, 삶의 의미도 그렇게 뒤늦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도에 관한 안내서라기보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각을 깨우고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법을 전하는 기록으로, 조용한 울림을 남기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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