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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한 줄이 비추는 조선 300년, 『담바고 문화사』 (안대회, 문학동네)

담배를 통해 읽는 취향과 권력, 일상의 풍속사

장세환2026년 3월 3일 오후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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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바고 문화사.jpg출판사 제공

새해가 되면 금연을 결심하지만, 담배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습관과 논쟁 한가운데를 떠나지 않는다. 『담바고 문화사』는 담배를 건강의 적으로만 규정하는 시선에서 한 발 비켜서, 담배가 어떻게 조선의 삶과 감각을 바꿔 놓았는지 문화사로 추적한다.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중의 삶을 꾸준히 복원해온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가 ‘담배’라는 물질 하나로 문화와 경제, 예술과 규범의 층위를 한꺼번에 비춘다. 담배를 옹호하려는 책이 아니라, “담배를 빼놓고는 실감나게 말하기 어렵”던 시대의 공기를 되살리는 시도다.

담배는 17세기 이후 한반도에 자리 잡은 뒤 남녀노소와 신분을 가리지 않고 번졌다. 임금부터 기생, 서민과 아이들까지 담뱃대를 손에서 놓지 못했고, 그 확산 속도만큼이나 찬반 논쟁도 거셌다. 누군가는 신선의 풀처럼 여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요물로 몰았다. 담배가 ‘취향’으로만 남지 않고, 공동체의 예절과 도덕, 가족 규범까지 흔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담배를 조선 후반 300년을 비추는 거울로 제시한다.

책은 ‘담바고’라는 이름의 기원에서 시작해 유입과 전파, 고급 담배의 유행을 짚으며 담배가 새 문물로 정착하는 과정을 촘촘히 따라간다. 이어 애연가와 금연론자의 계보를 통해, 담배가 개인 취미를 넘어 사회적 입장과 문화적 취향을 가르는 잣대로도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조가 담배의 효능을 논하며 정책 차원에서 관심을 보였던 기록까지 다루며, 담배가 권력과 담론의 테이블 위에 올랐던 장면을 선명하게 복원한다. “담배를 버린다면 무슨 재미가”라는 말이 시대의 공기를 대변하듯, 담배는 일상적 위안이자 사유의 리듬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축은 ‘물건의 미학’이다. 담뱃대와 흡연 도구, 공예예술로 번진 사치의 세계는 취향의 체계를 만들었고, 지역의 맛을 구분하는 명품 담배 이야기는 조선에도 ‘테루아르’ 같은 감각이 작동했음을 시사한다. 담배를 약초로 보려는 시선과 독초로 경계하는 시선이 교차하는 대목에서는, 당시 사람들이 몸과 기호를 어떤 언어로 설명했는지까지 엿볼 수 있다.

담배는 경제의 흐름도 바꿨다. 국제 담배 무역과 동아시아 3국의 교류, 생산과 판매, 유통과 세금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담배가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돈이 되는 작물’이자 재정과 정책의 관심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곤궁한 선비가 끼니를 잇기 위해 담배 농사에 기대는 장면부터, 담뱃값과 전매 논의가 출렁이던 순간까지 담배는 생계와 국가 운영의 현실과 맞물려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예술 속 담배다. 문학과 노래, 회화에 남은 흡연 장면들은 인물의 감정과 관계의 긴장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했고,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는 관용구가 가리키는 오래된 시간감각까지 문화적 상징으로 풀어낸다. 구한말 이후 권연의 침투, 전통 흡연 문화의 소멸, 근대적 연초회사와 전매제도의 등장은 담배가 근대로 넘어가는 방식이 곧 생활 세계의 변형이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한다.

오늘의 금연 담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왜 이 연기가 이렇게 오래 남았는가’라는 질문에 이 책은 조선의 풍속과 인간 군상을 한 장씩 펼쳐 보이며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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