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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걱정과 위대한 삶 사이, 『온갖 근심』 (마리아나 레키, 현대문학)

불안과 상실을 다정한 유머로 건너는 39편의 연작 소설

장세환2026년 2월 25일 오후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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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jpg출판사 제공

밤이 깊어질수록 걱정은 커진다. 잠 못 드는 시간, 사소한 일은 경고장처럼 천장에서 우수수 쏟아진다. 불안과 불면, 실연과 고독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것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다. 마리아나 레키의 연작 소설 『온갖 근심』은 그 사소하고도 거대한 마음의 파동을 짧은 호흡 안에 붙든다.

독일 문단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로 자리 잡은 작가는 심리학 잡지에 연재한 글 39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초단편 형식이지만 인물과 상황, 사유는 또렷하다. 카페 주인, 첫 실연을 겪는 소녀, 이유 없이 손이 떠는 친구, 이웃과 가족들까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거창한 사건보다 마음속 근심과 씨름한다.

문장은 가볍게 흐르지만 결은 깊다. “우리가 붙들고 씨름하는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가요. 우리를 붙들고 씨름하는 것들이 얼마나 위대한가요.”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처럼 읽힌다. 근심을 몰아내거나 분석하기보다 한 걸음 비켜 서서 바라보는 태도, 그 다정한 거리감이 이 소설의 힘이다.

작품 속 인물들은 완벽하게 회복되지도, 극적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견디고, 서로의 불행과 행복을 목격한다. 진실한 마음의 목소리는 다른 모든 소음을 향해 “이제 그만해”라고 말하는 것일지 모른다. 짧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근심은 사라지지 않아도 모양을 바꾼다.

하루에 두세 편씩 천천히 읽어도 좋다. 초콜릿을 하나씩 꺼내 먹듯, 마음을 덥히는 문장들이 오래 남는다. 일상의 균열을 섬세하게 응시하면서도 끝내 삶 쪽으로 기울어지는 시선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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