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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이야기의 설계도, 『어쩔수가없다 스토리보드북』 신간 출간 (박찬욱, 을유문화사)
17년 구상의 흔적을 500여 페이지에 담다
출판사 제공
해고 이후 재취업에 매달리던 노동자가 경쟁 상대로 지목된 이들을 살해한다는 설정. 박찬욱 감독의 2025년 작품 <어쩔수가없다>는 원작 소설 『액스』의 서사를 바탕으로 이 불편하고도 우스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구상부터 개봉까지 17년이 걸린 작품이다. 오랜 시간 품어 온 이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설계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어쩔수가없다 스토리보드북』이다.
이 책은 단순한 부록이 아니다. 스토리보드는 각본을 실제 영상으로 옮기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카메라의 위치와 동선, 인물의 움직임, 장면 전환의 리듬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한 시각적 청사진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카메라가 어느 순간을 강조하고, 언제 한 발 물러서려 했는지, 장면의 연결을 어떻게 구상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치밀한 스토리보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본문만 500페이지가 넘는 이번 책은 전작 『헤어질 결심 스토리보드북』보다 약 1.5배 많은 분량으로, 유독 촘촘한 설계를 보여준다. 10여 년 전 이경미 감독과 함께 완성한 각본을, 현재의 박찬욱이 어떤 화면으로 재구성했는지도 비교해 볼 수 있다.
책은 최초의 계획과 최종 결과를 나란히 놓는다.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순서가 바뀐 장면, 촬영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대사와 몸짓이 어떻게 완성본에 반영됐는지 드러난다. 설계와 우연, 계획과 기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영화는 다른 표정을 얻는다.
『어쩔수가없다 스토리보드북』은 한 편의 영화가 빛과 소리의 세계로 옮겨지기 전, 종이 위에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박찬욱의 연출 방식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이미지로 변환되는 과정을 체감하게 하는 자료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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