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상처 주는 관계를 끊고,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다, 『손절의 기술』 (박정한, 들녘)

무례와 이용을 반복하는 ‘에너지 뱀파이어’에서 멀어지는 현실 인간관계 지침서

한성욱2026년 2월 20일 오후 1:27
598

손절의 기술.jpg출판사 제공

“너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나는 이상하게 너한테 정이 안 가더라.” “너는 내가 이런 말 해도 상처 안 받으니까 좋아.” 듣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는데도, 이상하게 오래 남는 말이 있다. 박정한의 『손절의 기술』은 바로 그 말과 태도, 그리고 관계의 패턴을 정리해 보여 주는 책이다.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참고 견디는 미덕’으로만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기력부터 바닥난다는 현실을 전제로, 나를 소모시키는 사람과 내 안의 부정적 사고방식을 함께 끊어내는 방법을 다룬다.

책은 1장에서 ‘에너지 뱀파이어’의 유형을 18가지로 쪼개어 보여 준다. 뒷말을 전하는 사람, 비아냥으로 칭찬을 포장하는 사람,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 돈과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 안 읽고 미루는 것을 합리화하는 사람까지, 독자가 “이거 내 주변에도 있는데” 하고 바로 떠올릴 만큼 생활형 사례가 촘촘하다. 이 장의 강점은 단순한 분노 유발이 아니라, 상대의 말이 왜 불쾌한지, 그 말이 관계에서 어떤 권력으로 작동하는지 맥락을 잡아 준다는 점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뒷말하는 사람보다 그 말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대목처럼, 상처를 남기는 방식 자체를 해부한다.

2장은 손절을 ‘감정 폭발’이 아니라 ‘경계 설정’으로 옮겨 놓는다. 거절을 못해 스스로를 갉아먹는 습관,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맞추는 불안,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왜 관계를 더 망가뜨리는지 짚고, 그 자리에서 멈추는 연습을 제안한다.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현실 인식, 패를 다 까지 말고 말수와 정보를 관리하라는 조언은 ‘상처받지 않기 위한 방어’라기보다 ‘지속 가능한 관계 운영’에 가깝다. 읽다 보면 손절은 누군가를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 자존감과 주체성을 회복하는 기술이라는 결론으로 수렴한다.

3장은 관계를 모두 잘라내는 냉소로 끝내지 않는다. 인간관계가 서서히 풀리거나 서서히 꼬이는 과정, 체면을 내려놓는 순간의 효과, 먼저 사과하는 선택이 남기는 여유 같은 태도들을 다루며, 결국 ‘덜 만나야 할 사람’과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든다. 손절을 남발하는 무책임함을 경계하면서도, 나를 해치는 관계를 끊지 못해 무너지는 삶 역시 막아야 한다는 균형이 책의 뼈대다.

『손절의 기술』은 사이다처럼 속을 풀어 주는 문장과, 현실에서 바로 써먹을 경계의 언어를 함께 건넨다. 관계가 던전처럼 느껴질 때, 최소한 다음 전투에서 내 체력을 아껴 쓸 방법을 찾게 해 주는 책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