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소박한 뜨거움이 남는 로컬 지도, 『전국 목욕탕 탐방』 (김성진, 베르단디)

사라져 가는 대중목욕탕 58곳을 기록하고, 여행으로 제안한다

장세환2026년 2월 6일 오전 11:35
578

전국 목욕탕 탐방.jpg출판사 제공

어릴 적 동네 골목 끝에는 늘 목욕탕이 있었다. 지금은 문을 내린 자리들이 늘었고, 남아 있는 곳도 조용히 숨을 고른다. 김성진의 『전국 목욕탕 탐방』은 그 조용함을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 기록으로 묶었다. 경남 통영에서 서울 성동구까지, 보존할 가치가 높은 대중목욕탕 58곳을 한 권에 담았다.

이 책은 목욕탕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동네의 역사와 생활이 겹쳐지는 장소로 바라본다. 저자는 전국을 돌며 200곳이 넘는 목욕탕에 들어갔고, 그중 다시 찾아도 좋을 곳을 추려 도감처럼 정리했다. “목욕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물이다”라는 문장은, 이 책이 공간의 감상보다 현장의 감각을 먼저 세운다는 점을 드러낸다. 사라져 가는 풍경을 붙들되, 지금도 영업하는 현실의 리듬을 놓치지 않는다.

서울 편에서는 물 좋은 동네의 관습처럼 남은 약수탕,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성수탕, 도심 노동자들의 쉼터로 자리한 매일온천 같은 장소들이 등장한다. 부산 편으로 넘어가면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구덕탕, 굴뚝 두 개가 나란히 솟은 장수탕과 천일탕 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어느 도시든 목욕탕 하나는 그 동네 얼굴을 닮는다’는 식의 감상 대신, 왜 그곳이 지금까지 버텼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돋보인다.

목욕탕의 개성을 만드는 디테일도 촘촘하다. 해수로 채운 냉탕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문오성해수탕, 하루 2번 입욕할 수 있는 월목욕 제도가 남아 있는 용호탕, 한국 목욕탕의 역사 자체로 소개되는 앵화탕이 그렇다. 지역마다 다른 굴뚝 모양, 목욕탕에서 흔히 마주치는 물의 성질과 온도 같은 요소가 여행의 단서로 바뀐다.

무엇보다 이 책은 목욕탕을 ‘사람이 남기는 공간’으로 읽는다. 탈의실의 목욕 바구니, 오래된 욕조와 타일, 벽에 남은 손때 같은 흔적이 단골의 시간과 맞물린다. 저자가 말하듯 “아는 만큼 보인다”는 감각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한 동네의 일상을 깊게 체험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커피우유 한 모금을 삼키는 잠깐의 여유가 여행의 목적이 된다.

『전국 목욕탕 탐방』은 대중목욕탕을 ‘향수’로만 불러 세우지 않는다. 사라지는 속도만큼 기록의 필요도 커진 지금, 한 지역의 생활사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 주는 장소를 발품으로 모아 한 권의 지도처럼 펼쳐 놓는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