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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피하지 않을 때, 삶은 더 단단해진다,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에리카 하야사키, 북모먼트)
4년간 강의실을 따라가며 기록한 죽음학 수업의 변화
출판사 제공
수백 건의 부고를 쓰고, 비극의 현관문을 두드려 온 기자가 있었다. 이야기를 옮길수록 죽음은 더 무자비해 보였고, 의미는 더 멀어졌다. 그때 그가 찾아간 곳이 미국 뉴저지주의 한 대학 강의실이었다. 몇 년 치 대기 명단이 생길 만큼 학생들이 몰린 ‘죽음학 수업’, 그는 그 수업을 4년 동안 따라붙었다.
강의를 여는 사람은 노마 보위 교수다. 보건정책학 박사이면서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그는 죽음을 개념으로 다루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유서를 쓰게 하고, 자신의 추도사를 상상하게 하며, 묘지와 장례식장, 호스피스 현장까지 데리고 간다.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는 방식으로 삶을 다시 정리하게 만드는 수업이다.
교실로 모여든 학생들은 대체로 삶의 취약한 지점에 서 있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 폭력과 학대의 기억을 품은 사람, 중독과 범죄의 그늘을 지나온 사람도 있다. 저자는 강의실 안팎에서 이들의 말을 받아 적고, 관계를 따라가고,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사연에 소리를 입히세요.” 같은 짧은 문장이 교실의 공기를 바꾸는 장면들이 쌓이며, 배움이 어떻게 태도가 되는지 드러난다.
이 기록은 죽음의 공포를 키우는 쪽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수록 삶의 선택이 선명해진다는 쪽에 가깝다. 노마 보위는 죽어가는 사람의 감각, 돌봄의 대가, 남겨진 사람의 몫을 말하며 학생들의 삶을 현재형으로 붙잡아 둔다. “여러분 자신부터 사랑해야 해요.” 같은 메시지는 위로라기보다 생존 규칙처럼 작동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는 한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두려움이 삶을 좌우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을 다루는 법을 배울 것인가. 수업을 택한 한 학생의 말은 그 질문을 짧게 마무리한다. “두려움이 내 삶을 좌우하게 두지 않겠다.” 죽음을 공부한다는 건 끝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다시 살리는 훈련이라는 뜻이다.
이 책이 남기는 건 멋진 문장이 아니라,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다시 붙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태도다. 죽음은 분명 언제 어느 때라도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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