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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로 광기에 맞서다, 『마녀 재판의 변호인』 (기미노 아라타, 톰캣)

미신과 편견의 시대를 무대로 한 법정 미스터리

장세환2026년 2월 4일 오전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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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재판의 변호인.jpg출판사 제공

16세기 신성로마제국을 배경으로 한 법정 미스터리 『마녀 재판의 변호인』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 작품은 마녀의 존재가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 오직 논리와 이성만으로 한 소녀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변호인의 분투를 그린다. 종교적 광기와 집단적 확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법과 논리가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직 법학 교수 로젠이 있다. 그는 여행 도중 한 마을에서 마녀 재판과 마주하고, 물레방앗간 관리인을 마술로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은 소녀 앤의 변호를 맡게 된다. 반년 전 어머니를 마녀로 잃은 앤은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유죄로 낙인찍힌 상태다. 과학 수사나 물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서, 증언은 미신과 공포에 의해 왜곡된다.

로젠이 택한 전략은 단 하나다. 마녀의 존재 자체를 전제로 삼는 재판의 논리를 뒤집고, 증언과 신앙의 모순을 하나씩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증거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전제를 문제 삼으며 재판에 임한다. 이 과정에서 함께 여행하던 소녀 리리의 관찰과 직관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 소설의 긴장감은 법정 공방에서 극대화된다. 마을 전체가 공유하는 믿음과 개인의 이성이 충돌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추리 이상의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진실을 결정하는가, 다수의 확신은 언제 폭력이 되는가라는 물음이 서사 전반에 깔려 있다. 재판은 정의를 가리는 절차이자, 시대의 광기를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저자 기미노 아라타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집단 심리와 맹신의 구조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중세 유럽이라는 역사적 배경은 낯설지만, 편견과 확신이 만들어내는 폭력의 메커니즘은 오늘의 사회와도 맞닿아 있다. 이야기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인물들의 선택과 책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마녀 재판의 변호인』은 마녀 재판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통해 논리와 증거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추리의 쾌감과 함께, 이성이 무너질 때 사회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묵직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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