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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신간 출간 (요아힘 마이어호프, 사계절)

상식의 바깥에서 삶을 다시 배우다

장세환2026년 1월 24일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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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jpg출판사 제공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이 있었다. 담장 안에서 알파벳을 익히고, 병동의 규칙과 어른들의 표정을 함께 배우며 자란 아이의 세계는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또렷하다. 독일 배우이자 연출가 요아힘 마이어호프의 자전적 소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그 소년의 유년을 따라가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선이 누구를 위해 그어졌는지 되묻는다.

이 작품은 무대에서 먼저 태어나 관객의 열광을 얻은 뒤 소설로 확장되며 독일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소설 6부작 전편이 슈피겔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고, 독일에서만 3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구스타프 그린트겐스상과 말라파르테 문학상 등 주요 상 수상 이력도 더해져,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입증한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은 흔히 공포의 배경으로 소비되지만, 소설 속에서는 생활의 질감으로 펼쳐진다. 치료받는 사람과 치료하는 사람, 아이와 어른, 가족과 사회가 서로 다른 이름으로 나뉘어도 결국 같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년의 시선이 묵묵히 증언한다. 작가는 환자들을 타자화하지 않고, 오히려 담장 밖의 세계가 더 낯설고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을 통해 우리가 믿어온 기준을 흔든다.

책은 유년이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지금을 떠받치는 뿌리임을 보여 준다. 병동의 비명과 웃음, 작별과 장례, 가족의 균열과 화해가 한 줄로 이어질 때, 독자는 어느새 질문 앞에 선다. 누가 누구를 이해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도 함께 살아가는 법은 무엇인가.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이라는 문장이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바꿔 놓는 경험으로 남는 이유다.

번역은 박종대가 맡았다. 삶과 죽음, 상실과 성장의 무게를 과장하지 않고 밀도 있게 옮겨, 고요한 문장 속에서 오래 남는 여운을 만든다. 유년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감각이 필요해지는 순간, 이 소설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기억을 건드리는 자리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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