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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으로 돌아간 사람들, 우리는 다를까,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신간 출간 - (슈테판 클라인, 어크로스)

"변화 실패의 원인은 외부가 아닌 우리 뇌가 만든 착각", 유럽 최고 과학 저널리스트의 통찰

장세환2026년 1월 23일 오후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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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jpg출판사 제공

카리브해 몬트세랫 섬에 화산이 폭발했다. 군대가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그런데 며칠 후에도 구조 헬기는 날아다녔다. 구조된 주민들이 섭씨 600도의 뜨거운 용암으로 뒤덮인 자신들의 집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오직 '내가 살던 곳'이라는 이유로 이런 행동을 벌였고, 결국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유럽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 슈테판 클라인의 신간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는 이 충격적인 현장 취재로 시작한다. 독일에서 1년 넘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행복의 공식』의 저자가 이번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왜 사람들은 변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가?" 유영미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뮌헨대학교에서 철학과 물리학을 공부하고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이론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독일 대표 주간지 데어 슈피겔 과학 편집자로 일하며 탁월한 기획 기사로 명성을 날렸다. 그의 저서들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전 세계 27개 언어로 번역됐다. 1998년 게오르크 폰 홀츠브링크 과학 저널리즘 상을, 2015년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학술상을 받았다.

저자는 묻는다. "몬트세랫 주민들만이 비이성적인 것일까? 그들의 행동이 정말로 우리에게 낯선 것일까?" 이성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도 기를 쓰고 옛 생활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 역시 날마다 현실을 부정하며 살아간다. "다른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만족스러운 직장을 꾸역꾸역 다니고 있거나, 운동을 하고 술을 덜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재의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 세계 수천 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변화를 추구한 계획의 70% 이상이 실패했다고 답했다. 사회 차원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기후재앙, 인공지능의 부상, 급속한 고령화 등 위기 앞에서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 구성원이 알고 있음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현재 상황이 힘들어서 변화가 쉽지 않다며 외부 환경을 탓한다. 하지만 슈테판 클라인은 외부 상황이 아닌 우리 내면의 모순된 본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짜 원인은 "우리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있다는 것이다. 효율을 추구하는 인간의 뇌가 자신이 만든 인지적 오류와 고정관념, 착각에 빠져 역설적으로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

책은 고대문명의 몰락부터 21세기 신경과학 연구까지 전방위적으로 오가며 인간의 변화를 가로막는 7가지 방해 요소를 살펴본다. 우리는 현실주의자라는 착각, 새로움을 향한 열망이 행동을 결정한다는 착각, 낙관적인 뇌가 변화에 너그럽다는 착각, 아는 것이 힘이라는 착각, 자유로울 때 뭐든 바꿀 수 있다는 착각, 우리는 늘 최선을 원한다는 착각,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지났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저자가 가장 주목하는 점은 우리의 이성이 사실 대신 예측에 의존한다는 '예측부호화 이론'과 뇌의 에너지 절약 메커니즘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기대와 사실을 혼동한다고 해서,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 반대다. 뇌는 그렇게 해야만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뇌는 느리게 작동한다. 반짝이는 빛을 인식하는 일 같은 아주 간단한 과제를 수행하는 데도 200~300밀리초가 소요된다. 모순을 해소하려면 늘 노력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언제나 이익을 가져다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습관의 작동 원리도 흥미롭다. "습관은 뇌 속에 고유한 회로를 가지고 있다. 미지의 상황에서는 대뇌피질이 결정을 내리고, 루틴한 일들은 뇌 속 깊은 곳에 있는 기저핵들이 처리한다." 이 핵들은 반복되는 운동 패턴을 유발하고, 우리가 습관을 고수하도록 만든다.

손실 회피 심리도 변화를 막는다. "긍정적 감정은 기회를 알아차리게 만들지만, 부정적 감정은 위험을 회피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우리는 엇비슷한 이익을 얻을 전망보다 손실을 볼 가능성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수백만 년간의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이런 생존 프로그램이 소유효과도 만들어낸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들기에 선호를 따르는 일이 힘들다. 대신에 우리는 현상 유지를 택한다.

책은 거짓임이 밝혀졌음에도 끝까지 지구 종말을 믿었던 외계인 추종자들, 지나친 확신으로 산모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19세기 유럽의 의사들, 블라인드테스트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결국 제품 변화에 실패한 코카콜라 사례 등을 통해 우리가 무의미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탐색한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을 말한다.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아주 소수다. 자연은 인간을 안정적 환경에 적합하도록 만들었고, 이성도 그런 상태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 하지만 변화뿐 아니라 농업, 주택 건설, 도시 생활, 국가 수립, 적분법, 음악 같은 것 역시 우리 유전자 속에 프로그램돼 있지 않다. 문화가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한다."

저자는 담배 규제, 노예 해방 등의 역사적 성공 사례를 분석하며 변화로 나아가는 4단계를 제시한다. 자신의 착각을 의식하고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것, 도덕적 호소보다 넛징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 낡은 습관을 대체할 것, 작은 공동체에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고 성공적인 본보기를 제시할 것, 체념이 아닌 행동으로 이끌기 위해 두려움 대신 희망에 초점을 맞출 것이 그 핵심 내용이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변화의 어려움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구조, 문화, 집단 심리의 문제로 확장해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데어 슈피겔은 "슈테판 클라인은 우리가 변화를 가로막는 7가지 착각에 빠져 있음을 지적하며, 어떻게 하면 다시 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2026년, 기후변화와 인공지능의 범람 앞에서 인류는 변화의 임계점에 서 있다. "어떻게 달라지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래를 그냥 견디는 것이 아닌 미래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변화의 문화를 만들고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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