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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이 잠깐 있었을 뿐",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 신간 출간 - (정문정, 창비)
시계 요정과 함께 하루를 돌아보며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그림책
출판사 제공
"오늘은 정말 나쁜 날이야!" 놀이터에서 넘어져 좋아하는 원피스가 더러워지고, 친구와 장난감 때문에 다투고, 한글 퀴즈에서 아는 문제를 틀린 아이가 펑펑 울며 말한다. 하지만 정말 오늘은 나쁜 날일까.
50만 부 베스트셀러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의 정문정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어린이책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가 출간됐다. 100만 구독자가 사랑한 피도크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책의 시작은 작가 자신의 육아 경험이다. 어느 날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나쁜 날이에요. 친구가 절 놀렸어요." 작가는 큰 종이에 동그란 원을 그리고 시간을 표시했다. 아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적어 보자고 했다. 하루를 함께 돌아보며 나쁜 일이 잠시 있었는지, 내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시계를 한참 보다가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쁜 일이 잠깐 있었어요."
책의 주인공도 비슷한 여정을 겪는다. 작은 일에도 "오늘은 나쁜 날이야"라고 말해버리는 아이 앞에 시계 요정이 나타난다. 요정은 묻는다. "왜 자꾸 오늘이 나쁜 날이라고 하는 거야?" 아이는 울먹이며 대답한다. "당연하잖아. 오늘 나쁜 일이 계속 있었으니까!"
시계 요정의 마법에 이끌려 아이는 하루를 되돌아본다. 놀이터에서 넘어졌을 때 선생님이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다툰 친구는 곧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게임 시간에는 자신이 큰 활약을 해서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아이는 깨닫는다. "다시 살펴보니 오늘 나쁜 일만 있지 않았네. 신나고 행복한 일도 있었어. 나쁜 일은 잠깐 있었던 것뿐이야."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정문정 작가는 《더 좋은 곳으로 가자》, 《다정하지만 만만하지 않습니다》 등의 저서를 냈다. 특히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은 아시아 6개국에 수출되었고 2018년 대구 올해의 책, 예스2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현재 읽고 쓰고 대화하는 공간 '정글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림을 그리다가, 블록 놀이를 하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면 다 망쳤다고 하는 아이에게 꾸준히 건네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해" 다음으로 자주 하는 말을 책 제목으로 삼았다. "일부에 압도되지 않는 마음을 제 아이뿐 아니라 여러분께도 전하고 싶습니다. 하루가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답니다."
그림을 그린 피도크 작가는 "아이들이 지닌 다양하고 솔직한 감정들을 마음껏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마음이 상하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순간이 다가온다.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순 없지만 그 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는 선택할 수 있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상하거나 기분을 나쁘게 만든 일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만 24개월이 지나면 어른과 비슷한 수준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하루를 사건보다는 남은 감정으로 기억한다.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강하고 오래 남는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작은 다툼이나 사소한 실망 하나만으로도 하루 전체를 '나쁜 날'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러한 감정 인식이 반복될 경우 순간의 좌절이나 분노가 하루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으로 굳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아이에게는 나쁜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 뒤 하루를 다시 바라보고 기분을 전환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책은 감정이 하루 전체를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나쁜 일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하루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다. 놀이터에서의 실수, 친구와의 다툼, 퀴즈에서의 실패 속에서도 아이는 시계 요정과 함께 하루를 돌아보며 놓치고 있던 따뜻한 순간들을 발견한다.
작가는 비슷한 경험이 몇 번 반복된 뒤 어느 날 아이가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 나쁜 일이 좀 있었어요. 근데요, 나쁜 날은 아니에요." 하루를 돌아보는 경험을 통해 아이가 감정을 다루는 힘을 기르게 된 것이다.
2026년 새해, 작은 일에도 크게 속상해하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하루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 생각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힘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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