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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붓, 50년의 소리를 한 권에 담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 (김수철, 문학수첩)
음악 인생 50년과 그림 인생 30년을 오가며 쓴 예술가의 생활 기록
출판사 제공
무대 위의 김수철은 늘 또렷했지만, 그 뒤편의 시간은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는 가수이자 기타리스트,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살아온 김수철이 자신의 창작과 일상을 직접 풀어낸 에세이다. 문학수첩이 펴낸 이 책에는 대중가요와 국악, 영화와 무용 음악, 대형 국제행사 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든 기록이 한데 묶였다. 저자는 음악을 붙든 세월만큼이나 붓을 들고 살아온 시간도 되짚으며, 예술이 삶을 어떻게 견디게 했는지 담담하게 적었다.
책은 ‘그림에서 태어난 소리’로 시작해 소록도 위문 공연의 기억, 기타가 만들어준 길, 국악 탐구에 매달리며 맞닥뜨린 현실을 차례로 지나간다. 화려한 이력의 중심에 놓인 세계적 행사보다, 남도의 작은 섬에서 우연처럼 열렸던 공연을 더 오래 남는 장면으로 꺼내는 대목이 눈에 걸린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작업의 방향을 바꿔놓는 순간들을, 과장 없이 그대로 놓아두기 때문이다.
무대 밖 사정도 숨기지 않는다. 히트곡을 내면서도 국악 음반 제작으로 빚이 불어났던 시기, “이상한 놈” 소리를 들으면서도 전통 소리를 붙잡았던 시간을 정리하며 예술가의 고집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보여준다. 다만 후회로 몰아가지 않고, 그 시간을 통과하며 얻은 감각이 이후의 영화음악과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졌다는 연결을 또박또박 세운다.
영화 현장에서의 경험담도 인상적이다. 엉겁결에 영화 주연을 맡게 된 뒤 촬영장에서 거센 말을 들으며 버틴 청년의 시간,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스스로 사람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던 과정이 이어진다. ‘천재’의 한 줄 요약 대신, 작업을 완성하는 방식이 결국은 성실함에 기대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창작의 결정적 순간을 다루는 장면에서는 책의 온도가 확 달라진다. 영화 음악을 두고 5개월을 붙들고 있다가, 어느 순간 25분 만에 선율이 쏟아졌다는 회고는 영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게 만든다. 오래 쌓인 연습과 궁리가 있어야 단숨에 도착하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말투로만 설명한다. “나는 언제나 오늘의 나!”라는 문장도 결국 그 태도의 요약처럼 읽힌다.
김수철의 이야기는 음악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2026년 초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며 화가로서의 시간을 전면에 세웠고, 책은 그 확장의 배경을 ‘새로운 변신’이 아니라 오래 이어진 습관으로 설명한다. 기타와 붓 사이를 오가며 쌓아온 감각이 한 권에 모였을 때, 이 에세이는 기록을 넘어 한 예술가의 생활 방식이 된다.
긴 시간 끝에 남는 건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오늘도 작업대로 돌아가는 습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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