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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멈추는 대신, 오래 쓰는 기술,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 (박정원, 포르체)

수선과 리폼으로 취향을 다듬고, ‘버림’ 대신 ‘수습’의 감각을 되찾는 생활 에세이

장세환2026년 1월 20일 오전 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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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jpg출판사 제공

옷을 사는 일은 쉽고, 오래 입는 일은 어렵다. 계절이 바뀌면 취향도 흔들리고, 작은 얼룩 하나가 마음을 상하게 한다.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는 이 익숙한 소비의 리듬에 브레이크를 건다. “사지 말자”는 구호가 아니라, 어차피 소비를 하며 살 거라면 그 소비를 나에게 남는 방식으로 바꿔 보자고 제안한다. 그 중심에 ‘수선’이 있다.

저자 박정원은 수선을 물건을 고치는 일로만 다루지 않는다. 바늘을 들고 한 땀 한 땀 이어 붙이는 과정이 결국 취향을 다듬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훈련이 된다고 말한다. 손이 느려질수록 눈이 예민해지고, 예민해진 눈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잠깐 끌리는 것을 구분해 낸다. 그렇게 수선은 낡은 옷을 살려내는 기술을 넘어, 나의 선택을 가벼운 충동에서 단단한 기준으로 옮겨 놓는 생활의 태도가 된다.

책에는 수선과 리폼, 업사이클링의 경계를 오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해진 침대보에 스티치를 더해 다른 용도로 쓰고, 지워지지 않는 얼룩은 프릴과 레이스로 감싸 완전히 다른 옷으로 바꿔 버린다. 밑단이 터진 에코백은 잘라내 짧고 단단한 가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저자는 이런 변신이 ‘재생’이라는 말로 다 담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수선으로 남는 것은 새것 같은 물건이 아니라, 손의 시간과 선택의 이유가 붙어 있는 ‘나만의 물건’이라는 얘기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다. 바느질이 삐끗하고 실밥이 남고 구멍이 생겨도, 그 흔적을 없애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으로 마음이 이동한다. 완벽함을 목표로 삼지 않을 때 오히려 예상치 못한 어울림이 생기고, 우연이 새로운 취향을 열어 준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잘못된 땀이 곧바로 폐기로 이어지는 소비의 논리와 달리, 수선은 ‘수습’의 가능성을 생활 속에 심어 준다.

『직물을 잇고 조각을 수선합니다』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거창한 의무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오늘 내가 가진 것을 다시 바라보는 작은 기술로 풀어낸다. 무엇을 더 살지 고민하기 전에, 이미 가진 것 중 무엇을 끝까지 곁에 둘지 선택하는 일. 그 선택이 쌓이면 옷장의 풍경도, 소비의 이유도 달라진다. 결국 이 책은 옷을 고치는 방법을 알려 주면서, 동시에 삶을 조금 덜 급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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