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오늘 저녁, 누가 누구의 밥이 될까, 『저녁 메뉴가 뭐지?』 출간(캐서린 B. 하우스, 푸른길)

말장난 시와 익살 그림으로 먹이사슬을 “무섭지 않게” 배우는 과학 그림책

장세환2026년 1월 15일 오전 2:29
796

저녁 메뉴.jpg출판사 제공

아이에게 먹이사슬을 설명하려다 보면, 대개 한 문장에서 막힌다. “살아 있으려면 먹어야 해”라는 말은 맞지만, 그 다음 장면이 너무 날것이라서다. 『저녁 메뉴가 뭐지?』는 그 난감한 지점을 유머로 비켜 간다. 모기, 파리, 물고기, 새, 포유류까지 차례로 무대에 올려 서로의 저녁 식탁이 되는 세계를 보여 주되, 공포가 아니라 리듬으로, 잔혹이 아니라 말장난으로 끌고 간다. 아이는 “누가 누구를 잡아먹는가”를 외우기 전에, 자연이 돌아가는 방식이 웃음 속에서도 엄연하다는 걸 먼저 감각으로 익힌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먹고 먹히는 장면’을 사건이 아니라 대화로 바꿔 놓는 데 있다. 한 생물이 주인공이 되어 짧은 시 한 편을 맡고, 그 시가 그 생물의 하루를 소개한다. 무엇을 먹는지, 어디를 기웃거리는지, 어떤 순간에 조심해야 하는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습관을 갖는지.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면서 “다음 차례는 누구의 밥상이 될까”를 맞히는 게임을 하듯, 생태계의 순환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교과서식 설명이 아니라 이야기의 호흡으로 규칙을 체득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그림은 이 흐름을 더 가볍게 만든다. 데이비드 클라크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과장된 몸짓은, 자칫 “잔인하다”로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을 “엉뚱하다”로 바꿔 준다. 포식과 도망, 숨어 있다 튀어나오는 순간들까지도 만화적인 리듬으로 처리돼, 아이는 긴장 대신 호기심으로 읽는다. 웃기지만 가볍기만 하진 않다. 먹는다는 행위가 생명에게는 늘 진지하다는 사실이, 우스운 표정 뒤에서 더 또렷해진다.

부록의 과학 정보는 책의 기능성을 한 단계 더 올린다. 본문에서 시가 ‘감각’을 열어 주었다면, 부록은 그 감각이 왜 맞는지 ‘이해’를 붙여 준다. 아이는 읽고 웃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연결되는지”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과학을 처음 만나는 초등 저학년에게 특히 잘 맞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설명이 앞서지 않고, 호기심이 먼저 가고, 이해가 뒤따라온다.

이 책은 자연을 착하게 포장하지도, 잔혹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살아 있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두되, 그 사실을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의 온도와 그림의 표정으로 전달한다. 오늘 저녁 메뉴를 묻는 질문이 결국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지?”로 바뀌는 순간, 이 책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