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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소송이 언론을 겨냥하던 시대, 『뉴욕타임스 죽이기』 출간(서맨사 바바스, 푸른길)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을 민권운동의 현장과 함께 복원한 ‘표현의 자유’ 서사

장세환2026년 1월 15일 오전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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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죽이기.jpg출판사 제공

자유는 멋진 구호로만 커지지 않는다. 어떤 시대에는 종이 위의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협박이 되고, 법정의 판결문 한 장이 사회의 숨통을 트이게 만든다. 『뉴욕타임스 죽이기』는 바로 그 순간을 따라간 책이다. 아이오와대학교 법학 교수이자 미디어법 연구자인 서맨사 바바스가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확장됐는지를 사건의 온도 그대로 서사적으로 복원한다. 번역은 김수지 김상유가 맡았고, 푸른길에서 펴냈다.

책은 ‘현실적 악의’라는 유명한 기준을 차갑게 정의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남부의 인종차별과 민권운동이 들끓던 현장, 그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 그리고 소송이라는 장치를 통해 비판을 눌러버리려던 권력의 방식을 함께 엮는다. 그 시기 남부 공직자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줄줄이 걸어 언론을 위축시키던 흐름 속에서, 설리번 판결은 언론 자유를 지키는 방어선이자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로 등장한다. 바바스는 이 과정을 “표현의 자유 사건”으로만 읽어온 관습을 흔들며, 그 판결이 민권운동의 압력과 시민사회의 에너지 위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끈질기게 보여 준다.

서사의 중심에는 한 사건이 있지만, 그 사건은 혼자 서 있지 않다. 민권운동의 거리 행진과 공권력의 폭력, 기금을 모으기 위한 광고 한 편이 불러온 파장, ‘누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차례로 등장하며, 판결의 의미가 점점 확장된다. 결국 대법원은 공직자가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언론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했거나 허위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높은 문턱을 세운다. 그 문턱은 무책임한 거짓말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설명된다.

이 책이 주는 기능성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살아 있다. 사회가 분열될수록 “표현의 자유”는 자주 만능 열쇠처럼 호출되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비용과 책임, 권력의 압박과 함께 움직인다. 『뉴욕타임스 죽이기』는 그 복잡한 교차점을 한쪽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자유가 법리로 굳어지기까지의 과정 자체를 보여 준다. 그래서 법학서처럼 읽혀도 좋고,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르포처럼 읽혀도 좋다. 특히 “언론 자유의 승리가 민권운동의 산물이었다”는 관점은, 자유의 역사가 법정의 승리만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자유는 누가 대신 선물해 주는 게 아니라,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말하고 기록한 사람들의 축적 위에 세워진다는 것, 이 책은 그 오래된 사실을 다시 현재형으로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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