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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감성의 씨앗을 심은 한 시인의 생애, 『샤를 보들레르』(윤영애, 민음사)
‘악의 꽃’ 뒤편의 삶을 따라가며 보들레르를 읽는 가장 단단한 길
출판사 제공
보들레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보들레르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악의 꽃』의 문장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시에 이유 없이 불안하고, 섬세한데도 어딘가 잔혹하다. 윤영애의 『샤를 보들레르』는 그 난해함을 억지로 풀어헤치지 않는다. 대신 한 시인이 어떤 삶을 통과해 그 시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 삶의 결을 따라가며 작품에 닿게 한다.
이 평전의 가장 큰 미덕은 “보들레르의 삶이 작품의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믿음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보들레르 연구와 번역에 평생을 바친 학자이지만, 이 책의 말투는 학술적 요약이 아니라 이야기꾼에 가깝다. 잃어버린 낙원 같은 유년, 강요된 권위 아래에서 생긴 균열, 항해의 고독 속에서 굳어지는 결단, 독립 선언과 문학 활동의 본격화가 한 줄의 연표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건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독자는 보들레르를 ‘위대한 시인’이라는 결과로만 보지 않고, 끝내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으로 만난다.
특히 이 책은 보들레르를 고독한 시인에만 가두지 않는다. 바그너를 옹호하는 혁명적 음악 비평가, 당대의 모더니즘 화가들을 알아본 선구적 미술 평론가, 에드거 앨런 포를 프랑스 문학장으로 데려온 창조적 번역가로서의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한 시인의 감각이 시라는 장르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현대적’이라는 말의 실체가 또렷해진다. 보들레르의 촉수는 늘 예술의 경계에서 작동했고, 그 경계의 긴장이 결국 그의 시를 지금까지도 살아 있게 만든다.
책의 중심에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려 했다”는 보들레르의 태도가 놓인다. 그는 자기 감정과 정열을 과장된 포즈로 꾸미는 사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거울 앞에서 자신을 시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의 댄디즘도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도달하기 힘든 완벽한 ‘미’에 가까워지려는 엄격한 훈련으로 읽힌다. 『악의 꽃』을 둘러싼 1857년의 사건과 그 이후의 절망, 『파리의 우울』로 이어지는 흐름은 그 엄격함이 어떻게 상처로 남고, 또 어떻게 문장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구간이다.
『샤를 보들레르』는 결국 ‘보들레르 입문서’라기보다 ‘보들레르의 시를 읽을 마음의 자세’를 마련해 주는 책에 가깝다. 한 시인의 내면 투쟁을 따라가다 보면, 현대시의 문이 어디서 열렸는지 자연스럽게 보인다. 보들레르가 남긴 건 아름다운 비유만이 아니라, 고독한 현대인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였다는 사실을, 이 평전은 조용히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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