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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힘은 승리가 아니라 삶의 존엄에서 나온다,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모옌, 필로틱)
콩깻묵 한 덩이를 얻으려 짖던 기억에서 노벨문학상 이후의 고독까지, 쓰러지지 않기 위해 써 온 작가의 고백
출판사 제공
굶주림과 검열, 그리고 세계적 명성 뒤의 고독을 지나온 작가 모옌의 에세이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가 필로틱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성공담의 포장을 걷어내고, 한 사람이 삶의 강풍을 어떻게 견뎌 왔는지에 초점을 맞춘 기록이다. 모옌은 글쓰기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몸의 자세’로 설명하며, 흔들리는 시대의 독자에게 질문을 건넨다.
요즘의 삶은 자주 무너진다. 성과를 증명하라는 압박은 일상을 잠식하고, 한 번의 실수는 오래 남는다. 사람들은 더 빨리 회복하라고, 더 단단해지라고 말하지만 정작 필요한 건 속도의 주문이 아니라 버티는 기준이다. 이 책이 길게 붙잡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무엇을 이루었느냐보다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 했느냐가 삶의 중심을 세운다고 말한다.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은 어린 시절의 굴욕을 정면으로 꺼낸다. 배고픔 앞에서 존엄이 무너지는 순간, 콩깻묵을 얻기 위해 아이들이 짖어야 했던 장면은 아름답게 꾸며지지 않는다. 대신 그 기억이 어떤 문장들을 떠받쳤는지, 부끄러움이 어떻게 상상력의 바닥이 되었는지 차분하게 이어진다. “사람은 줏대가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늦게야 의미를 얻는 순간들이, 독자의 마음에도 오래 남는다.
책의 중심에는 ‘쓰는 이유’가 있다. 모옌은 글이 자신을 세상 위로 올려 준 사다리가 아니라, 넘어지지 않게 붙드는 손잡이였다고 말한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쓴다.”라는 고백은 결심처럼 들리기보다 생존의 기록처럼 들린다. 굴욕과 실패, 후회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모든 것이 삶을 견디게 한 나이테였음을 보여 준다.
또 하나의 결은 ‘침묵의 시대’다. 말하지 않으면 살 수 있었던 때가 아니라, 말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던 때를 통과한 사람이 문장에 남긴 체온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위로를 팔지 않는다. 대신 버팀의 현실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을 붙드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잃지 않으려 오늘을 버티는지.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거장의 화려함보다 평범한 삶의 존엄을 더 크게 비춘다. 승리의 문장이 아니라 지속의 문장을 찾는 사람,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뽑히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맞닿는다. 바람이 세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정확한 하루의 자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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