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낯선 땅에서도 ‘한 사람’으로 서는 법,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송영인, 꿈꾸는인생)
국제결혼 뒤의 현실을 유쾌하게 뚫고 나가는 17년 생존 기록
출판사 제공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은 흔하지만, 막상 생활이 되면 언어와 일, 관계의 벽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는 그 벽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될 때까지 해 보겠다”는 태도로 버틴 한 사람의 기록을 담았다. 해외 경험도 거의 없던 저자가 한국에서 벨기에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가족의 반대와 갈등을 지나 결혼한 뒤 낯선 땅에서 자기 목소리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이 책의 출발점은 ‘국제결혼을 한 여자’라는 틀을 거부하는 선언이다. 저자는 “참하고 신비로운 동양 여자”로 소비되는 시선을 밀어내고, 직접 언어를 익히며 일터로 들어간다. 공장 취업, 조직의 부당한 처우, 이주민을 향한 편견과 차별까지 겪지만, 뒤로 숨지 않고 부딪힌다. “종이 한 장의 힘”을 믿으며 자격과 경력을 하나씩 쌓아 올리고, 결국 도서관 사서로 자리를 잡아 ‘남의 나라’에서 ‘내 자리’를 만들어낸다.
여정은 직업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엄마가 된 뒤에는 육아의 고단함과 아이가 겪는 인종차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의 크고 작은 마찰까지 현실의 결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해 주는 장면은, 자기 자신에게도 같은 문장을 되돌려주는 순간처럼 읽힌다. 생존기는 결국 관계의 기술이자, 마음을 잃지 않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또렷하게 남긴다.
책이 건네는 힘은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다시 걷는 자세에 있다. “넘어지는 것은 걸었기 때문”이라는 문장은 도전을 망설이는 독자의 등을 가볍게 민다. 이주와 국제결혼, 경력 단절과 재시작, 언어 장벽과 자존감 같은 주제를 한꺼번에 품으면서도, 이야기는 무겁기만 하지 않다. 유쾌함과 분노, 눈물과 근성이 번갈아 나오며 삶이 원래 이런 속도로 흘러간다는 걸 설득한다.
낯선 곳에서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의 노빠꾸는 용기라기보다 생활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