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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옛시조 100편, 해설로 다시 만나다, 『옛시조 백 편』(한국시조학회 엮음, 태학사)

5천여 수 전통에서 고른 100편, 읽는 길을 열어주는 해설서

장세환2026년 1월 12일 오전 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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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시조 백 편.jpg출판사 제공

시조는 짧지만 한 시대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런데 막상 옛시조를 펼치면 낯선 말과 배경이 앞을 막아 첫 장에서 멈추기 쉽다. 최근 태학사가 펴낸 『옛시조 백 편』은 그 벽을 낮추려는 시도다. 한국시조학회가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시조 100편을 엄선해 원문과 현대어 표기, 어휘 풀이와 해설을 한 권에 묶었다.

책은 시조의 뿌리부터 짚는다. 고려 말과 조선 초에 태어난 우리 고유의 정형시로서 시조가 어떻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뒤늦게 가집으로 기록되며 약 5000여 수의 전통을 만들었는지 흐름을 보여준다. 초장 중장 종장으로 이어지는 3장 형식이 왜 단순한 틀이 아니라 감정의 상승과 전환을 담는 장치인지도 쉽게 풀어낸다.

선정 기준도 분명하다. 학회는 좋은 시조를 두고 “내용과 형식의 조화”라고 정리한다. 또 형식을 설명하며 “형식은 시상의 기승전결”이라고 강조한다. 독자는 첫 연에서 시상이 제시되고, 둘째 연에서 심화되며, 마지막 연에서 전환되거나 고양되는 흐름을 따라가며 시조의 미학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한 편을 읽고 나면 다음 편의 결말이 어떻게 접힐지 스스로 예감해보게 되는 식이다.

수록 작품은 청구영언, 해동가요, 가곡원류 등 30여 문헌에서 골랐다. 잘 알려진 작품뿐 아니라 작가 미상의 작품도 고르게 담아, 시조가 개인의 사랑과 탄식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삶의 기술과 풍속, 역사적 격랑까지 품어왔음을 드러낸다. 작품마다 낱말 풀이와 창작 배경이 붙어 있어, 독자가 사전 찾기로 흐름을 끊지 않고도 의미를 따라갈 수 있게 했다.

구성은 4갈래다. 1부는 시조의 아름다움, 2부는 작품과 인생의 희로애락, 3부는 역사와 시대의 숨결, 4부는 시조 연행의 풍경을 다룬다. 한 작품을 미학으로 읽었다가, 같은 작품을 작가의 삶과 시대의 바람으로 다시 읽게 만드는 방식이다. 덕분에 독자는 시조를 외워야 하는 교과서 문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말의 리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4부는 시조가 글이면서 동시에 노랫말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소리로 불리던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기다 마음에 걸리는 한 구절을 소리 내어 읽고, 그 리듬이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다시 달리는지 체감하는 독서를 권한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가족이나 독서 모임에서 한 편씩 돌아가며 읽고 해설을 곁들이면 대화의 밀도가 달라진다.

해설 집필에는 한국시조학회 소속 교수와 연구자 32인이 참여했다. 작품을 요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말이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 그 시대 사람의 감각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닿는지까지 짚는다. 입문자에게는 길잡이가 되고, 익숙한 독자에게는 다시 읽을 핑계가 되는 책이다. 학교 수업이나 글쓰기 수업에서 한 편을 골라 읽고, 해설을 참고해 자기 말로 다시 써보는 활동에도 활용할 수 있다.

짧은 시조 1편이 하루를 바꾸는 순간도 있다. 매일 한 편씩 읽기에도 알맞다.

『옛시조 백 편』은 옛말의 벽을 낮추면서도 시조의 멋을 흐리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 옛 시를 오늘의 책장으로 되돌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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