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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을 흔드는 거짓말의 유혹, 『거짓말 노트』 (조호재, 김선배, 오늘책)
거짓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 진실은 더 어려운 선택이 된다
출판사 제공
새 학기 첫날, 아이는 자기 삶을 숨기기 위해 한마디를 뱉는다. “우리 아빠는 의사야.” 그 말은 금세 습관이 되고, 습관은 어느새 아이의 얼굴을 대신한다. 낯선 동네, 낯선 교실에서 밀려오는 불안을 가리기 위해 택한 거짓말이 결국 아이를 어디로 데려갈까. 제27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 『거짓말 노트』가 거짓말의 달콤함과 그 뒤에 따라붙는 책임을 정면으로 묻는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하는 이유는 대개 대단하지 않다. 놀림이 두렵고, 가난이 들킬까 겁나고, 처음 만난 친구들 앞에서 작아 보이기 싫어서다. 주인공 형구도 그런 마음으로 입을 연다. 반지하에 사는 현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고급 아파트에 산다”고 말하고, “엄마는 큐레이터”라고 덧붙인다. 한 번 만든 설정은 다음 날 또 필요한 증거가 되고, 결국 거짓말은 아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방처럼 커진다.
문제는 거짓말이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데서 시작된다. 형구가 뜻밖의 사고를 겪은 뒤, 정체를 알 수 없는 노트가 손에 들어온다. 노트는 간단한 규칙을 내민다. 이미 남을 속인 거짓말이어야 하고, 나와 관련된 거짓말이어야 하며, 진실은 적으면 안 된다는 조건이다. 아이가 적은 거짓말이 다음 날 현실이 된다는 설정은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판타지’가 아니라 ‘위험한 계약’으로 바뀐다.
해결책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더 큰 함정이다. 거짓말이 현실을 바꿔준다면, 형구는 이제 더 큰 거짓말로 더 좋은 현실을 만들고 싶어진다. 오늘의 거짓말이 내일의 삶이 되니, 아이는 펜을 쥔 채로도 불안해진다. 원하는 현실을 얻는 대신, 잃는 것도 커지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형구는 ‘원래의 나’에서 멀어지고, 결국 선택의 책임이 아이의 하루를 압박한다.
『거짓말 노트』의 반향은 여기서 나온다. 이 이야기는 정직을 훈계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질문을 건다. 거짓말이 나를 살린다고 믿는 순간, 나는 누구를 속이는가. 친구를 속이는가, 가족을 속이는가, 아니면 나 자신을 속이는가. 아이의 시선으로 삶의 조건과 체면, 불안과 욕망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점에서 이 작품은 ‘재미’와 ‘생각’을 동시에 붙잡는다.
거짓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면, 진실을 지키는 일은 더 용기가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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