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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묘생의 기록, 『고양이 별에서 만난다면 나의 집사가 되어주겠니』 (강설하, 메이킹북스)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 10마리의 삶과 상실, 선택의 순간

장세환2026년 1월 8일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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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별.jpg출판사 제공

공원 산책길, 벤치 아래에서 고양이가 먼저 계절을 버틴다. 강설하의 에세이 『고양이 별에서 만난다면 나의 집사가 되어주겠니』는 그 “버티는 시간”을 귀여움의 프레임 밖으로 데려온다. 시청에서 근무하는 저자가 근처 공원에서 실제로 만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길 위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차분히 기록했다. 반려와 길 사이의 간격이 왜 생겼는지, 우리의 시선은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함께 묻는다.

책은 프롤로그에서 “세상에는 두 종류의 고양이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출발한다. 집이 있는 고양이와 집이 없는 고양이. 같은 고양이인데도, 하루의 난이도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단정하지 않고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는다. 불쌍함을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흐리지 않기 때문이다.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모두 얼굴이 다르듯 삶의 방향도 다르다. 강아지를 기다리는 듯한 팬서, 너무 사람을 믿는 개냥이 테리, 길을 헤매는 오드아이 아기 고양이 로미, 공원에서 태어났지만 의외로 집으로 향하게 되는 강치까지. 저자는 사건을 크게 꾸미기보다, 그들이 하루를 통과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다가올지 도망갈지, 숨을지 버틸지 같은 선택이 매번 새로 생긴다는 걸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이 더 묵직해지는 지점은 생존의 이야기 옆에 상실이 함께 놓일 때다. 사고로 다친 고양이, 병을 의심해야 하는 고양이, 하반신 마비라는 단어 앞에 멈춰 서게 되는 고양이, 그리고 1년을 잘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고양이까지. 목차에 적힌 “오직 1퍼센트의 희망일지라도”라는 문장은, 돌봄이 늘 확신이 아니라는 현실을 조용히 드러낸다.

그렇다고 이 에세이가 죄책감을 흔들어 깨우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다시 설계하자고 제안한다. 가족이 아니어도, 반려가 아니어도, 공원에서 마주친 생명에게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존중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존중이 결국 사람의 삶까지 바꾼다는 것. 마지막에 남는 다짐은 짧고 선명하다. “나, 너의 집사가 될게.” 이 문장이 감상으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건, 책 전체가 쌓아 올린 시간의 무게다.

공원에서 살아가는 고양이의 하루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은 귀여움 너머의 세계로 독자를 부드럽게 데려가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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