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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의 시대를 통과한 한 편의 소설, 『허생전을 위한 의도적 저술, 옥갑야화』 (김치홍, 책과나무)

‘허생전’은 왜 연행록 속에 숨어 들어갔을까

장세환2026년 1월 8일 오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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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갑야화.jpg출판사 제공

누군가는 소설을 쓰고, 누군가는 그 소설을 숨겨야만 했던 시대가 있었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은 바로 그 경계 위에서 태어난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더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왜 연암은 허구적 작법을 취한 「허생전」을 여행 기록인 『열하일기』 속에, 그것도 제목조차 선명하지 않게 수록해야 했을까.

김치홍의 『허생전을 위한 의도적 저술, 옥갑야화』는 이 의문을 정면으로 붙잡는다. 『열하일기』, 「옥갑야화」, 그리고 「허생전」이 어떻게 서로 얽히는지부터 다시 풀어내면서, ‘연암이 허생전을 넣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만들었는가’를 추적한다. 마치 이야기 한 편을 살리기 위해 이야기 바깥에 또 하나의 이야기 껍질을 씌운 것처럼, 「옥갑야화」가 ‘허생전’을 품는 보호막이었을 가능성을 끈질기게 밀어붙인다.

책은 「옥갑야화」의 이본으로 알려진 「진덕재야화」까지 따라가며, 연암의 퇴고와 개작이 단순한 문장 손질이 아니라 ‘시대의 압박을 피하면서도 진실을 남기려는 전략’이었다고 본다. 문체반정과 사상 탄압의 공기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검열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연암은 침묵 대신 글쓰기를 택했다. 다만 정면 돌파가 아니라, 우회로를 개척하는 방식으로.

이 책이 사랑스러운 지점은, 연암을 거대한 성인으로 띄우기보다 ‘글을 지키려는 사람’으로 데려온다는 데 있다. 진실성을 중시하던 연암이 허구를 쓰는 순간 느꼈을 불편함, 기록의 신뢰가 흔들릴까 두려워했던 마음, 그럼에도 꼭 남겨야 한다고 믿었던 한 편의 이야기. 그 복잡한 속마음이 「옥갑야화」라는 문학적 장치로 굳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학이 시대를 어떻게 견디는가”라는 질문이 갑자기 오늘의 일처럼 다가온다.

「허생전」 속 허생은 몰락한 양반의 전형으로도 읽히고, 사회를 바꿀 개혁의 상상력으로도 읽힌다. 김치홍은 그 허생을 통해 연암이 당대 조선의 모순을 어떻게 ‘리얼리티’로 구현했는지를 짚으며, 허구와 사실의 긴장 자체가 연암 문학의 힘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허생전」을 작품으로만 읽는 대신, 작품이 ‘살아남는 방식’까지 읽게 만든다.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남는다. 어떤 시대에는 글이 칼보다 더 위험했고, 어떤 작가는 그 위험을 문장 안에 조심히 접어 넣었다. 그리고 그 접힌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살아 있는 질문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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