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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냄새 나는 이야기』 출간(유애선, 미다스북스)

도시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흙을 만나는 시간

장세환2026년 1월 2일 오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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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냄새 나는 이야기.jpg출판사 제공

농촌은 사라지는 풍경이 아니라, 기억과 사람이 이어 온 삶의 방식이다. 유애선의 수필집 『흙 냄새 나는 이야기』는 고령화, 빈집, 휴경지처럼 변해 가는 농촌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도, 그 안에 남아 있는 자연의 숨결과 이웃의 온기를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한 세대의 삶이 스며든 들판의 빛, 흙을 일구던 손, 계절의 리듬을 차분한 문장으로 붙잡아 두며, 사는 일이 무엇인지 조용히 되묻는다.

책은 유년의 기억에서 출발해 가족과 이웃, 농촌의 하루, 세월이 남긴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착한 내 언니’, ‘어머니’, ‘친정아버지’ 같은 제목이 보여 주듯, 거창한 사건보다 사람의 얼굴과 관계의 온기가 중심에 선다. 동시에 ‘늘어나는 휴농지’, ‘빈 가슴’, ‘변한 세상’처럼 변화의 징후를 기록하는 글도 함께 실려, 농촌이 겪는 현실의 무게를 담담하게 전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건네는 힘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는 태도에 있다. 흙은 따뜻하지만 현실은 낭만만으로 지탱되지 않는다. 저자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자연과 공동체가 남겨 온 삶의 지혜가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부드럽게 설득한다. 빠르고 효율적인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는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쉼표가 되고, 중장년층에게는 고향의 시간을 되살리는 통로가 되며, 젊은 세대에게는 농촌이 지켜 온 삶의 방식과 공동체의 의미를 새롭게 전하는 책이다.

사라져 가는 풍경을 붙잡는 기록이면서도, 끝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로 남는 글. 『흙 냄새 나는 이야기』는 흙이 품어 온 기억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속도를 잠깐 늦추어 보라고 조용히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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